"유학의 현시대에교전여부 확인안돼 대한 적용가능성을 밝히고 유학을
비롯한 한국사상의 향후 전개방향을 모색하려 했습니다.

미약하나마 동학들에게는 자극이 되고 후진들에게는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향타가 됐으면 합니다"

40년 가까이 한국철학을 연구해온 윤사순고려대교수(60)가 유학을 비롯한
전통사상의 현대적 의미와 적용방향을 탐색한 "윤사순교수의 신실학
사상론-한국사상의 새 지평"(예문서원간)을 펴냈다.

한국철학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적 학문으로서 유학의
새로운 변용을 주창하는 이 책은 철학과 가치관 부재의 우리사회를
향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성리학과 실학은 현실 대처를 위한 학문입니다.

현실문제에 대한 체계적 대처방안을 마련해주지 못한 불교를 대신해
들어선 유학은 그후 중국의 성리학과 양명학, 그리고 조선후기의 실학에
이르기까지 매 시기마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꾸준히 변용됐습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유학사는 곧 실제적인 학문, 실학사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학하는 사람은 결코 현실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윤교수는
이 시대에 맞는 유학의 방향을 찾는 길로 고전으로 돌아갈 것을 제시했다.

"조선초기 국가통치의 근간이 됐던 성리학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현실과 동떨어진 예학을 강조하는등 더이상 효과적인 현실대처방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실학이 대두됐지요.

이처럼 유학에서 새로운 학문적 변용은 언제나 공자시대로 되돌아가
고민하고 사색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윤교수는 이 책에서 유학을 첨예한 남북대결 상황에서 사상통일을 이루는
제3의 이념으로, 혼돈된 현시대의 가치관을 다시 세우는 유력한 철학으로,
그리고 사회발전을 위한 훌륭한 지침으로서 다루었다고.

또 한국사상과 철학의 시대구분등에 대한 방법론과 토착종교를 한국철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할 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개인과 집단생활의 영역을 말하는 자유와 평등은 균형과 조화가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인과 공존공생을 전제로 해 나를 미루어
남을 대하는 태도인 서의 덕목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남북의 사상통일을 위한 제3의 이념이지요"

이어 윤교수는 고전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으로 "논어"의 일독을 권했다.

문답식 풀이속에 건전한 상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복잡하거나
현학적이지 않고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고전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한국사상을 보는 눈,한국사상의 유학적 개발, 한국사상의
종교적 편린, 한국사상의 새 지평등 총4부로 구성됐다.

고려대철학과및 대학원을 졸업한 윤교수는 한국철학회회장등을 역임했으며
"퇴계철학의 연구" "한국유학사상론" "한국의 사상" "신실학의 탐구" 등의
저서를 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