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29)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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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씨, 이제 일어나 집으로 가요"
자견이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옥을 달래어 일으키려 하였다.
"여기가 집인데 또 어딜 가? 도련님과 함께 있을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도련님과 같이 있을래"
대옥이 보옥을 흘끗 돌아보고 나서 의자에 앉은 채 기지개까지 켰다.
"이제 곧 밤이 될텐데 여기에 계속 계시면 어떡해요?빨리 일어나세요"
자견이 재촉을 하자 대옥이 슬며시 보옥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련님,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죠? 도련님이 보채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는 걸 내 다 알아요"
"신방을 차리면 오래오래 같이 있을텐데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것도
좋겠지"
보옥이 신방 운운하는 바람에 습인과 자견이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가 누구랑 신방을 차린다는 거예요? 도련님은 나를 좋아하면섣
보채 언니랑 신방을 차릴거잖아요"
대옥의 말을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자견이 습인을 돌아보았다.
습인이 자견을 방밖으로 불러내더니 자견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대옥 아가씨가 갑자기 왜 저렇게 되었는지 이제 알것 같애.
어디서 보옥 도련님이 보채와 혼인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거야"
"난 보옥 도련님이 대옥 아가씨랑 혼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은 보채 아가씨랑 혼인을 하게 될거야. 그런데 보옥 도련님 정신이
돌아오도록 대옥 아가씨와 혼인을 한다는 소문을 일부러 낸 거지.
하지만 도련님이 그 소문을 알아들었는지 아직은 잘 몰라.
알아들었으면 크게 기뻐할 텐데 그런것 같지도 않고.
신방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알아들은 것도 같고.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지.
똑똑하던 도련님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습인이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자견과 습인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대옥과 보옥은 서로 마주보고
히죽거리며 손은 맞잡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대옥이 돌변하여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벌떡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자견이 곧 뒤따라 갔지만 대옥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대관원 정문께에
이르러서야 겨우 대옥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의문을 지나고 취장을 에둘러 운보석제를 거쳐 소상관으로 오는 동안
대옥은 점점 더 종잡을 수 없는 헛소리들을 늘어놓았다.
"통령보옥이 저기 걸려 있네. 호호호호"
대옥이 어두워가는 서쪽 하늘에 먼저 나와 떠있는 별 하나를 가리키면서
킬킬거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
자견이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옥을 달래어 일으키려 하였다.
"여기가 집인데 또 어딜 가? 도련님과 함께 있을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도련님과 같이 있을래"
대옥이 보옥을 흘끗 돌아보고 나서 의자에 앉은 채 기지개까지 켰다.
"이제 곧 밤이 될텐데 여기에 계속 계시면 어떡해요?빨리 일어나세요"
자견이 재촉을 하자 대옥이 슬며시 보옥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련님,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죠? 도련님이 보채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는 걸 내 다 알아요"
"신방을 차리면 오래오래 같이 있을텐데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것도
좋겠지"
보옥이 신방 운운하는 바람에 습인과 자견이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가 누구랑 신방을 차린다는 거예요? 도련님은 나를 좋아하면섣
보채 언니랑 신방을 차릴거잖아요"
대옥의 말을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자견이 습인을 돌아보았다.
습인이 자견을 방밖으로 불러내더니 자견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대옥 아가씨가 갑자기 왜 저렇게 되었는지 이제 알것 같애.
어디서 보옥 도련님이 보채와 혼인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거야"
"난 보옥 도련님이 대옥 아가씨랑 혼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은 보채 아가씨랑 혼인을 하게 될거야. 그런데 보옥 도련님 정신이
돌아오도록 대옥 아가씨와 혼인을 한다는 소문을 일부러 낸 거지.
하지만 도련님이 그 소문을 알아들었는지 아직은 잘 몰라.
알아들었으면 크게 기뻐할 텐데 그런것 같지도 않고.
신방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알아들은 것도 같고.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지.
똑똑하던 도련님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습인이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자견과 습인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대옥과 보옥은 서로 마주보고
히죽거리며 손은 맞잡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대옥이 돌변하여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벌떡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자견이 곧 뒤따라 갔지만 대옥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대관원 정문께에
이르러서야 겨우 대옥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의문을 지나고 취장을 에둘러 운보석제를 거쳐 소상관으로 오는 동안
대옥은 점점 더 종잡을 수 없는 헛소리들을 늘어놓았다.
"통령보옥이 저기 걸려 있네. 호호호호"
대옥이 어두워가는 서쪽 하늘에 먼저 나와 떠있는 별 하나를 가리키면서
킬킬거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