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 안심하고 맡길 수가 없다"

최근 영유아보육시설설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어린이집 놀이방 등
민간아동보육시설이 전국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에는 보육교사수도 부족하고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은데다 이들 시설을 지도 감독할 행정인력이 턱없이
부족, 아동보호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20일 보건복지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보육시설
설치규제가 완화되면서 아동보육시설이 폭발적으로 증가, 올들어 6개월
사이에 무려 1천7백2개가 새로 설립됐다.

이에 따라 6월말 현재 전국의 아동보육시설은 총 1만7백87개에 달하고
있다.

증가한 보육시설의 대다수는 개인 등 민간이 설치한 보육시설과 가정에
설치된 놀이방(수용아동 21인이하)이다.

올해 새로 설치된 1천7백2개소 가운데 민간보육시설이 1천25개소,
놀이방이 6백29개소로 전체의 95%를 넘어 이 두 민간보육시설이 보육시설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시설가운데 상당수가 보육교사 1인이 맡는 아동수가 너무
많거나 면적이 좁고 비상계단, 유리창안전망 등의 안전시설을 제대로
갗추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서울 방학동소재 A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을 포함,
보육교사 3인이 약 40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이 어린이집에는 2세미만의 영아 4명을 포함, 3세미만의 어린이가 15명
정도 있다.

현행 시행규칙은 3세이상의 아동은 보육교사 1인이 최대 20인의 아동을
돌볼 수 있지만 2세미만 아동은 5인, 3세미만은 7인까지만 보도록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1명의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목동소재 B어린이집은 30여평 남짓한 실내면적에 하루평균 40명 가까운
어린이를 수용하고 있다.

이곳의 경우 학습교재와 각종 비품을 놓아두는 창고와 목욕탕을 제외하면
실제로 아동이 점유하는 보육실면적은 25평도 안된다.

영유아 1인당 확보시설면적 3.63평방m, 보육실 2.64평방m라는 기준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이밖에 신흥아파트단지로 각광받고 있는 서울 상계동, 일산 분당 등
신도시, 인천 연수지동, 대구 범물동일대에 들어선 놀이방의 상당수도
보육교사부족 및 비상대피시설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료가 비싼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시설의 보육료는 기본보육료에 겨울철난방비, 간식대, 교재대 등을
포함, 월평균 25만~35만원(종일반 기준)선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탁아소나 직장탁아소와 달리 재정지원을
못받는 이들 민간보육시설은 보육료수입에 인건비와 운영비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은 담당예산 및 인력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이들 시설을 방치하고 있어 안전사고의 발생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어린이집 및 놀이방은 지난 6월말 현재 2천4백60개소에
달하고 있으나 각 구청의 아동복지 전담공무원은 평균 1,2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S구청의 한 관계자는 "한 사람의 전담공무원이 심지어 1백개
가까운 아동보육시설을 맡고있어 현실적으로 연간 한두차례의 출장지도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