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나라나 골프대회를 주관하는 협회는 "오기"가 있다.

첫날 스코어가 아주 좋거나 코스세팅이 쉽게 돼있으면 그들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다.

무기는 "핀 포지션"이다.

핀을 경사면의 묘한 곳에 꽂아 선수들의 애를 먹이는 것이다.

제16회 신한오픈 2일째경기에서 선수들은 미묘한 핀 위치로 인해
고생했다.

첫날 무려 84명의 선수가 이븐파 이하 스코어를 내자 KGA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는 뭔가 조정책을 마련한 것.

제일CC (파72,6,990야드) 그린은 사실 다른 골프장에 비해 언듀레이션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린엔 아무래도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선수들은 그런 굴곡진
곳에 핀을 꼽은 홀이 7-8개홀은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은 바람도 꽤 불었다.

그래서 스코어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날 선두는 5언더파 67타를 친 신용진 (팬텀).

올 PGA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신용진은 최종 18번홀 (동코스 9번홀,
파5,532야드)에서 멋진 이글을 기록, 단독선두에 성공했다.

신은 220야드거리에서 4번우드로 투온시킨후 내리막 4m이글 퍼팅을
그대로 넣어 2라운드 합계 9언더파 135타로 단독선두가 됐다.

2위는 이날 2언더파 70타를 친 김종덕 (아스트라).

금년 캠브리지오픈 우승자인 그는 2라운드 합계 8언더파 136타로
1타차 2위를 마크했다.

김종덕은 이날 버디는 5개나 잡았으나 11번홀 (동코스 2번홀,
파4,394야드)에서 훅이 나며 왼쪽 OB를 내 더블보기를 범했다.

전날에 비해 부진한 스코어에 대해 김은 "까다로운 핀 포지션"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은 이날 호텔에서 아침에 북어국을 먹은것이 잘못돼 경기도중
구토를 일으키는 등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첫날 5언더파를 쳤던 최상호는 3오버파 75타로 부진, 합계 2언더파
142타로 임진한등 12명의 선수와 함께 공동 20위권으로 밀려났다.

이날 커트오프선은 1오버파 145타까지의 프로 53명, 아마 10명.

이는 당초 1언더-이븐으로 예상됐던 커트오프선보다 1-2타 올라간
것으로 이날 5오버파 77타를 친 박남신이 바로 145타로 턱걸이 했다.

한편 1940년생으로 한국나이로 57세인 원로 한장상프로도 첫날 2언더파
70타에 이어 이날 3오버파 75타로 선전, 3,4라운드에 진출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