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30)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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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저건 통령보옥이 아니라 별이에요, 별"
자견이 대옥을 부축하여 소상관 쪽으로 이끌었다.
"나도 죽으면 별이 될 수 있을까"
대옥이 어깨가 축 늘어지더니 자견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었다.
"아가씨가 죽다니요.
아직도 청춘이 구만리 같은데"
"구만리라? 멀기도 하구나"
대옥이 소상관 문 앞에 이르러 울컥 입에서 피를 한움큼 토하고는
까무러졌다.
자견의 옷에도 시뻘건 피가 흥건히 묻었다.
"설안아, 설안아! 큰일 났어. 아가씨가 피를 토했어!"
자견이 당황해 하며 안쪽을 향해 설안을 불러댔다.
설안이 황급히 달려나와 대옥을 함께 부축하여 방으로 들여 침상에
뉘었다.
"이러다가 아가씨 정말 큰일 나겠어요"
설안이 백지장처럼 하얘진 대옥의 얼굴을 지켜보며 울음 섞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피를 토하고 나면 오히려 정신이 돌아올지도 몰라.
나쁜 피들이 엉켜서 머리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멍해졌을 수도
있으니까"
자견이 대옥의 얼굴에 묻은 피자국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고참 시녀답게
어린 설안을 다독거려 주었다.
하지만 대옥이 피까지 토하고 까무러쳤으니 여간 염려스런 일이
아니었다.
자견은 아무래도 대옥이 쓰러진 사실을 대부인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께
알려야만 할 것 같았다.
아니, 습인이 횡설수설하는 대옥의 모습을 보았으니 이미 이홍원
시녀들을 통하여 집안 어른들이 대옥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대부인과 희봉, 왕부인 들이 소상관으로 달려왔다.
"아이구, 이 일을 어째. 의원은 불렀느냐?"
대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대옥을 흔들어 보며 탄식을 하였다.
자견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희봉이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소문을 들은 게 틀림 없어. 내가 그만큼 단속을 했는데도 소문이
새어나가고 말았군. 일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는데"
"크으윽"
대옥이 목에서 뭐가 넘어오는지 상체를 반쯤 일으켜 토할 자세를 취했다.
설안이 급히 타구를 들고 와 대옥의 입에도 대었다.
하지만 대옥은 몇번 기침을 하더니 시뻘건 가래를 타구에 뱉지 못하고
방바닥에 뱉었다.
"에그머니나, 이건 피가래가 아니냐. 의원을 빨리 부르도록 하여라"
왕부인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
자견이 대옥을 부축하여 소상관 쪽으로 이끌었다.
"나도 죽으면 별이 될 수 있을까"
대옥이 어깨가 축 늘어지더니 자견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었다.
"아가씨가 죽다니요.
아직도 청춘이 구만리 같은데"
"구만리라? 멀기도 하구나"
대옥이 소상관 문 앞에 이르러 울컥 입에서 피를 한움큼 토하고는
까무러졌다.
자견의 옷에도 시뻘건 피가 흥건히 묻었다.
"설안아, 설안아! 큰일 났어. 아가씨가 피를 토했어!"
자견이 당황해 하며 안쪽을 향해 설안을 불러댔다.
설안이 황급히 달려나와 대옥을 함께 부축하여 방으로 들여 침상에
뉘었다.
"이러다가 아가씨 정말 큰일 나겠어요"
설안이 백지장처럼 하얘진 대옥의 얼굴을 지켜보며 울음 섞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피를 토하고 나면 오히려 정신이 돌아올지도 몰라.
나쁜 피들이 엉켜서 머리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멍해졌을 수도
있으니까"
자견이 대옥의 얼굴에 묻은 피자국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고참 시녀답게
어린 설안을 다독거려 주었다.
하지만 대옥이 피까지 토하고 까무러쳤으니 여간 염려스런 일이
아니었다.
자견은 아무래도 대옥이 쓰러진 사실을 대부인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께
알려야만 할 것 같았다.
아니, 습인이 횡설수설하는 대옥의 모습을 보았으니 이미 이홍원
시녀들을 통하여 집안 어른들이 대옥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대부인과 희봉, 왕부인 들이 소상관으로 달려왔다.
"아이구, 이 일을 어째. 의원은 불렀느냐?"
대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대옥을 흔들어 보며 탄식을 하였다.
자견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희봉이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소문을 들은 게 틀림 없어. 내가 그만큼 단속을 했는데도 소문이
새어나가고 말았군. 일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는데"
"크으윽"
대옥이 목에서 뭐가 넘어오는지 상체를 반쯤 일으켜 토할 자세를 취했다.
설안이 급히 타구를 들고 와 대옥의 입에도 대었다.
하지만 대옥은 몇번 기침을 하더니 시뻘건 가래를 타구에 뱉지 못하고
방바닥에 뱉었다.
"에그머니나, 이건 피가래가 아니냐. 의원을 빨리 부르도록 하여라"
왕부인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