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홀이 투온 가능한 파5홀이면 게임은 최종순간까지 예측불허가
된다.

제16회 신한오픈 최종라운드가 바로 그 케이스.

22일 제일CC의 18번홀은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속에 강욱순, 김종덕 등
가장 유리한 상황의 베테랑들이 모두 "기브"거리의 파퍼트를 미스하며
우승을 놓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의 게임 메이커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준 (25.나이센).

3라운드까지 5언더파로 공동 11위를 달리던 정준은 이날 버디만 5개
잡으며 5언더파 67타를 쳐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일찌감치 경기를
마쳤다.

정준은 파5인 18번홀 (532야드)에서 5번우드로 투온후 10m 투퍼트로
마지막 버디를 노획했다.

남은 경쟁자는 강욱순 (30.엘로드)과 김종덕 (35.아스트라).

가장 유리한 선수는 끝에서 3번째조로 플레이한 강욱순이었다.

강은 17번홀까지 버디만 4개 잡아 합계 10언더였고 마지막 18번홀의
속성으로 보아 "버디 피니시"우승도 눈에 보였다.

물론 파면 연장진출.

그러나 강은 불과 60cm 파퍼트를 미스하며 3퍼트 보기를 하고 말았다.

그는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져 하는 수 없이 투온을 포기, 3온으로
갔는데 7m 버디퍼팅은 홀컵 아래쪽으로 흘렀고 돌아오는 파퍼트마저
실패한 것.

가히 천당에서 지옥으로 미끌어진 악몽이었다.

올 APGA투어 상금랭킹 1위지만 국내 우승이 없었던 강으로서는 가장
멋진 "시즌 피날레" 찬스가 물거품이 된 셈.

<>.이제 남은 선수는 올 캠브리지 우승자 김종덕.

그는 17번홀까지 보기2에 버디 1개로 9언더를 기록, 마지막홀에서 버디를
잡아야만 연장이 가능했다.

김의 드라이버샷은 왼쪽 러프.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김은
과감하게 3번우드로 세컨드샷, "투온 투퍼트" 버디로 극적인 연장돌입에
성공했다.

다시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 정준은 투온에 성공했고 김종덕은
30야드 어프로치가 남았다.

김은 그러나 서드샷을 홀컵 60cm에 붙이며 "버디"가 확실시 됐다.

정준의 약 10m버디 퍼트는 홀컵 오른쪽 가장자리를 맞고 방향이
왼쪽으로 틀어진 "굿 퍼팅".

그는 20cm "이지 버디"로 연장을 끝냈다.

이제 공은 김종덕에게 넘어갔다.

강욱순과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거리.

그러나 김종덕도 강욱순과 너무도 흡사하게 퍼팅, 볼은 홀컵 위쪽을
스치며 3온 1퍼트에 실패했다.

정준의 드라머틱한 우승. 그로서는 92년 프로입문이래 첫승이고
무명선수에서 "한국골프의 기대주"로 부쩍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우승상금 7,000만원도 그로서는 처음 만져보는 거액.

이로써 금년도 한국남자프로골프는 모든대회의 우승자들이 모두 다른,
그야말로 "우승 평준화"를 이루며 공식대회를 마감했다.

막바지에 건진 정준이라는 대어는 올 한국골프 최대의 수확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