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경제를 걱정한다.

열명이 모여도 어느 한 사람 우리 나라의 경제가 잘 되어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옛날 그 때는 탓도 하고 처방도 내놓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쉽게 벌어서 놀아볼 수는 없을까 궁리만 하고 있으니 딱하기 한량 없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민심이다.

두주전에 새 경제팀이 솔직하고 자상하게 우리의 경제에 대한 큰 처방을
내놓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 지경이 된 경제상황에 대한 처방치고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목이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처방에 있지 않았다.

토라진 국민들의 마음은 분에 차지 않는 대책이라며 처음부터
들어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세상은 가진 자가 제 멋대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결의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챙겨둔 현금을 이자 많이 주는 금융기관에 맡겨둔 채 헬스 클럽, 러브
호텔, 골프장, 해외 사치 관광 등으로 세월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로
들끓는다.

나라가 그런 사람들의 천국으로 돼가고 있으니 국가의 장래가 걱정된다.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이렇듯 사업하기가 무섭고 싫다고들만 하니
이 경우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위로와 명령을 내려야 좋을지 모르겠다.

연일 기업들은 지금의 고임금 구조로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되고
만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래서 앞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고용을 줄여서라도 기업의 생존력을
찾아야 한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오늘의 이와 같은 고임금 구조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결과를 파생시킬 것인가를 정부는 예측하지 못했던가 하는 물음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은 사양산업에서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사양산업뿐 아니라 첨단부문에서도 해외 이전이 시작된지 어느덧 몇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노동법이나 손질하려 든다.

강력한 대응전략을 갖추지 않고서는 우리의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그런 일, 예를 들자면 OECD에 가입하는것 같은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는 세평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한사람의 임금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심지어는 중국 노동자의 15인분이라는 말도 정부는 그동안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이 비쳐지기도 한다.

무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엄청난 임금체계가 높은 임금을 주는 것 만큼 노동의 질이나
생산성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지 못하다는 사례와 통계는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수없이 발표해오고 있다.

그때마다 경제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안일한 발상만으로 방어적
자세를 취해온게 정책당국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까지 위기의식을 가지고 경제를 바짝 죄지 못한 채
허술하게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오늘에 와서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것인가.

뜻있는 국민들은 지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임금과 공공요금, 원자재와 쌀값 등이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 매우 상식적인 표현은 그만두자.

그렇더라도 정부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서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열의 만큼 그 열정이 덜했다는 세론에 대해서는 과연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앞이 안보인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
위정자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속히 어떤 혁명적인 결단과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경제 전체가 곳곳에서 질식 직전에 있다는 호소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TGV 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7,000명이 일해야
하는 공장에 단 600명으로 소기의 생산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행정 혁명으로 87년 당시는 4,203명이던 교통부 직원을
현재 단 63명으로 줄여 놓았다.

모두 거짓말 같은 정말이다.

세계적인 평가기관에서는 뉴질랜드에 경제의 자유도나 정부 정책의 질에
있어서 세계 1위 국가라는 성적표를 주었다.

눈을 돌려서 우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정부를 만들어 능률적인 국가 경영을 하겠다는 말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줄곧 내건 공약사항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예산 규모는 해마다 팽창되더니 드디어 73조가
되었다.

옛날과 비교조차 하기 겁난다.

서울 시내 어느 곳의 공중변소 하나도 세계화 되어 있지 못하면서
걸핏하면 21세기와 세계화를 내걸고 나선다.

마치 선진국에 도착이나 한 것 같은 착각 속에 사는 나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각은 자유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정신 나간 사람도 아닌데 이런 착각 속에
살도록 부추긴 쪽이 과연 정부인지 국민 스스로인지 찾고 싶다.

그래서 피가 나도록 꼬집어 주고 싶다.

진정 우리나라의 경제가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다시 한번 살펴서 하루
속히 바짝 죄어 매야 모두가 산다.

이것은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한쪽에서는
그래도 보인다고 하니 딱해서 한마디 해두는 충정의 소리임을 밝혀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