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야 가라"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신세대들에겐 스트레스란 없을까.

물론 그들에게도 스트레스는 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속에 각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지만 스트레스는 쌓이게 마련.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독특한 해소법이 있다.

말 그대로 신세대식 스트레스 해소법.

전자업체인 H사에 다니는 김병우씨(27).

톡톡 튀는 발언때문에 상사로부터 눈총을 받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닌
그는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는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남들처럼 밤늦게까지
술마시며 때우기에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

그래서 김씨가 애용하는 해소법은 상사 몰래하는 PC통신.

직장내에서는 업무태만행위로 여겨지겠지만 바로 바로 받는 열(?)을
그 즉시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막바로 토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절약과 직장이라는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프로바둑기사인 이창호 9단도 노래방에 가는 것이 하나의 취미라고
할 정도로 우리 문화에 노래방은 스트레스해소의 대중적인 장소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신세대에게도 노래방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장 잘 찾아가는 곳중 하나.

자동차업체에 근무하는 문효섭씨(26)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주변의
단골노래방에 팀동료랑 자주 간다.

반드시 가야 하는 의무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때는 선배랑,
어떤 때는 입사동기랑 자주 찾는 것이다.

그래야 오전의 피로가 쌓이고 오후 일에 자신감이 붙는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스트레스를 푸는 일은 보통이지만 정말 멀리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꿍따리 샤바라"의 노랫말 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이들의 자유분방함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더욱이 격주휴무제가 확산되면서 간단한 주말여행이 가능해진 것도
이런 흐름에 한 몫을 한다.

이철민씨(25)는 조그마한 중소기업에 올해 갓 입사한 새내기.

요즘은 조직생활이 서서히 몸에 배 익숙하지만 초창기에는 그저 죽을
맛이었다.

그때부터 가끔 퇴근후 곧바로 경원선이나 경인선을 타고 밤여행을
떠나는 버릇이 들었다.

요즘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기차여행을 즐긴다.

흔들리는 창가에 비치던 불빛이 까만 밤하늘속에 하나둘씩 사라지는
풍경을 보면 마음이 어느새 차분해 진다는 것이다.

PC통신인들 사이에서는 "새탈(새벽탈출)"이라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유행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통한
사람끼리 과감히 야심한 시간에 만나 술한잔 걸치며 인생을 논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성개방 물결이 밀려들면서 섹스가 더이상 사랑의 행위로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 탓인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섹스를 선택하는 이도 있다.

그들에게 섹스는 더이상 가치판단이 필요한 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영선씨(가명.26)는 "과도하게 쌓인 스트레스는 과도한 섹스로 푼다"고
당당히 말한다.

하지만 그 어떤 스트레스 해소법보다도 신세대들은 원인의 근본적인
박멸을 외친다.

즐겁고 당당하게 생활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틈이 없다는게 신세대가
꼽는 제1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것이다.

< 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