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속이 더 좋아요"

사람들은 삼성화재의 영파워팀 "스타지오"를 두고 "호주머니속의 조직"
이라고 말한다.

사장의 호주머니속에 있지만 필요할땐 언제든지 산뜻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천후 아이디어뱅크라는 뜻이다.

스타지오는 삼성화재의 마스코트.

별(Star)과 땅(Geo)을 합해 만든 신조어로 광활한 세상을 뜻한다.

따라서 스타지오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표방하고
있다.

비록 "호주머니속의 조직이지만 그 속이 넓고 자유로워야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가 나온다"는게 이 회사 배정충사장(51)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스타지오팀은 이 회사 어느 부서와도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업무도 정해진 것이 없다.

각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필요하면 해외출장도
마음대로다.

필요한 경비도 회사에서 일체부담한다.

그만큼 경영에 대한 감각과 사고의 유연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스타지오팀의 6명의 젊은이들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팀원이 거칠것없는 개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사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

스타지오팀을 이끌고 있는 황승목과장(34).

황과장은 사내에서 "황당무계"씨로 통한다.

황과장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고객의 자동차사고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담당직원은 어떻게든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묘수를 찾기 위해 그를 방문했다.

그때 그가 내놓은 처방은 "원하는 대로 주라"는 것이었다.

"삼성화재는 금융서비스업체다.

경우에 맞다면 보상을 충분히 해줘 고객들에게 삼성화재는 확실히 책임질줄
아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만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라는게 동료들의 중론이다.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그를 능가한다.

파생금융상품분야의 도사로 소개된 증권팀의 이기환주임(31)과 대법원
판례를 꿰차고 있는 송무팀의 배영호주임(30)이 그의 뒤를 잇는 유명한
괴짜로 소문나 있다.

김준하주임(28)은 학교에 다닐땐 자신이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를 팔 정도의
실력을 갖춘 PC마니아.

통계와 경영분석에 능통한 김성현주임(28)과 "인터넷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쓰고 있는 홍일점 오효진주임(25)도 자신만만한 신세대들이다.

스타지오팀은 내년이면 임기(?)를 다하고 일선에 복귀한다.

"스타지오가 임기전에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며 스타지오팀원들은
넓고 넉넉한 자신들의 호주머니속을 뒤적였다.

< 글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