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는 화려하다.

우선 외모부터가 그렇다.

단정한 머리, 말끔한 면도, 고급 양복에 약간의 향수를 뿌린다.

점잖은 매너와 말솜씨는 컨설턴트의 기본이다.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신뢰감을 심어 주기위해서다.

학력은 주로 석사 이상으로 미국 유명 대학의 MBA과정을 이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영어 실력도 뛰어나야 한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일반 제조업체에 다니는 회사원들로서는 엄두를
낼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 수준이 엄격하게 비밀에 붙여져 있고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신입사원의 경우도 3,000만~5,000만원 정도는 받는다는 것.

얼마전 모 컨설팅 회사의 30대 중반 컨설턴트가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임원급으로 스카우트 된 것은 이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스웨덴 취업조사기관의 최근 연구에서 유럽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으로 컴퓨터업종을 제치고 컨설팅업이 꼽혔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선망받는 직업이다.

컨설턴트의 업무는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처방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컨설턴트는 "기업의사"라고 불린다.

환자가 돌팔이 의사를 만나면 병을 고치기는 커녕 더 악화되거나 엉뚱한
병을 얻을 수도 있는 것 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또 아무리 훌륭한 의사를 만나도 기업이 컨설턴트를 신뢰하지 못하면
병을 고칠 수 없다.

병에 걸린 기업만 컨설턴트의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정기검진에서 난치병을 조기에 발견해 목숨을 건지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도 건강할 때 병이 숨어 있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한창 경기가 좋을 때 컨설팅을 받고 비메모리
사업 위주의 리스트럭처링을 미리 준비한 것이 그 예다.

대졸자들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면 먼저 분석업무를 맡는다.

주로 자료 수집과 정보 분석 임무가 주어지는 것.

이들은 대개 입사 2~3년 안에 미 MBA과정에 유학을 다녀온다.

컨설턴트는 그다음 단계의 직위이다.

그 위에 매니저가 있고 디렉터는 최고 책임자.

직위가 위로 올라갈 수록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많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과 자료수집에 치중한다.

컨설턴트들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우선 업무량이 과다하다.

어느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A사의 한 컨설턴트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을 정도.

하루 업무시간은 대개 10시간 이상이었다.

체력이 약하면 견뎌낼 수 없다.

철저한 능력제도 어찌보면 냉정하다.

"승진하지 못하면 나가라 (On or Out)"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

회사를 나갈 때는 퇴직금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