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해. 원래 여자란 바람같은 거야. 내 것인줄 알지만..."

신중현씨의 "님은 먼곳에"에 가수 조관우가 새롭게 넣은 독백의 서두이다.

여자의 특성이 바람인지 갈대인지 알수 없지만 그 한 치 속을 알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 비유되는 기업도 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인수시 신부에 비유될수 있는 매도 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실사는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영업 상황과
관련된 제반 실익과 위험을 파악하는 것, 즉 기업의 진면목을 철저히
조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실사의 대상은 인수 대상 기업의 제반 자산상태, 영업현황,
재무관계서류, 회사의 기록과 보고서, 각종 계열관계, 노사관계, 기존
경영권에 대한 조사, 정부의 인.허가 및 규제 그리고 소송내용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다.

사실 재무제표 상으로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재고 자산을 부당하게
중대시키거나 없는 자산까지 기록하여 영업성과를 조정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또한 정보상에 나타나지 않은 부채, 소위 우발 채무가 대차대조표상
누락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무 회계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기업의 경우 회계의 투명성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효과적인 실사를 위해 짜임새 있는 실사팀이
구성되어야 하며 실사 일정과 실사 점검표가 잘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통상 1~2개월의 실사 기간으로 한 기업의 모습을 알기 어려우나
한번 인수가 결정되고 난후 이를 번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멀쩡한 기업을 파는 데에는 원래 바람같은 그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