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사법학회(회장 안동섭 단국대교수)는 한국경제신문사와 재정경제원
후원, 증권예탁원 협찬으로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증권예탁결제제도의 법적과제"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주최했다.

국내학회가 유가증권과 관련된 제도나 법률에 대해 학술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중기 증권예탁원사장 사회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는 학계와
증권유관기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리=김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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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증권의 무권화 >>

정찬형 <고려대 법대교수>

주식회사의 자금조달 기능을 담당하는 주권 채권 등은 증권예탁결제제도에
의해서 그 본래 기능 가운데 상당부분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증권의 무권화이다.

증권무권화란 유가증권의 실물을 발행하지 않고 장부상의 기재만으로
유가증권이 표창하는 권리에 대한 권리자임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에따라 실물의 양도 없이도 권리의 양도 담보설정 등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증권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증권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유가증권의
실물발행 및 실물유통으로 인해 발행비용의 과다소요 발행증권의 보관.관리
업무의 번잡성 및 실물이동에 따른 사고위험 등 여러 가지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증권의 실물
발행체제를 기반으로 증권예탁결제제도와 연계한 상법상 주권불소지제도,
국채및 공사채등록법상의 채권등록제도와 증권거래법상의 일괄예탁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증권무권화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유가증권이 무권화 되면 증권의 도난.분실을 방지할 수 있음은 물론
증권의 발행과 관리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증권업무의 합리화를 기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권의 무권화제도가 실시되면 증권의 실물이 없으므로 증권의
실물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자기의 권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이로 인해 증권무권화를 실시하는 회사에 대해 투자가들의
투자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상법 등은 증권실물이 발행되는 것을 전제로 권리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증권을 무권화하는 경우에는 상법과 조화를 시켜야 하고 이로
인해 증권상의 권리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증권의 무권화로 인해 투자가의 발행회사에 대해 갖는 모든
권리는 중앙예탁기관에 의해 관리되므로 우선 무권화제도를 실시하기
전에 중앙예탁기관인 증권예탁원의 법적 지위가 재정립돼야 한다.

현행법하에서는 증권예탁원은 유가증권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창고업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다.

그러나 무권화가 실시되면 투자자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게 되어
법원의 등기소와 같은 지위가 되므로 증권예탁원의 공신력을 제고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