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한국당 이명박의원의 선거비 초과사용 의혹을 주장하고 홍콩으로
출국한 김유찬씨를 빼돌린 혐의로 이의원의 측근 2명을 구속함에 따라
이 사건의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신한국당은 검찰의 발표를 접하고 상당히 난감해하는 표정이고 국민회의는
이의원을 사법처리할 것과 야당이 검찰에 고발.고소한 다른 26개 선거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등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킬
태세다.

정가에서는 여권핵심부가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되 이의원을 개인
부정차원에서 사법처리하게 될수 밖에 없을 경우 이를 계기로 선거부정과
관련된 사정을 단행,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신한국당은 김씨의 해외도피에 이의원 비서 2명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자 "충격이다" "놀라움과 송구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태가
이의원쪽에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사안자체를 이의원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의원이 사법처리를 피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이의원이 김씨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 이의원을 신뢰했었으나 김씨의 해외출국에 측근들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지자 "더이상 이의원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한국당은 한때나마 김씨의 출국에 국민회의측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한데 대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과의 뜻까지 밝혀 이의원 파문이
당대 당 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철 대변인은 "우리 당은 국민과 국민회의에게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강삼재 사무총장도 "이의원의 말을 신뢰할 수 밖에 없어 그동안 국민회의
측을 의심했었다"며 "검찰수사가 드러난 이상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강총장은 이의원에 대한 출당등의 조치여부와 관련,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것"이라며 "검찰에서 이의원에 관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회의는 김씨의 "변심" 출국으로 수세적인 입장에 몰려오다 검찰
발표가 나오자 이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대반격에 나섰다.

국민회의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어 이의원의 의원직 자진사퇴와 이의원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사법처리 등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서울시내 L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이의원과 김씨가 만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의원을 소환, 수사할 것을
검찰에 강도높게 촉구하고 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의원은 그동안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리려
하는등 공인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의원은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만큼 자진사퇴하는게 최소한 명예를 지키는 일"
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찬 부총재는 "이의원의 회계책임자등이 김씨를 해외도피시킨 혐의로
구속된 만큼 내가 김씨를 빼돌린게 아니냐는 신한국당의 주장은 허구임이
드러났다"며 "이제 검찰이 이의원의 은행계좌만 집중적으로 추적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