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옥죄느냐".

대부분 창업투자회사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요즘 창투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이랄만치 본업에 소극적인 곳이
많다.

미래의 첨단산업이란 희망을 뒤로한 채 상대적 발탈감에 빠져있다.

최근 유망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벤처캐피털(VC)업계는 묘한 분위기에 젖고 있다.

정부가 이제 정말 벤처기업을육성하려나 하는 심정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부터 벤처기업 종사자들에 대한 스톡옵션제(주식매입선택권)를
시행하고벤처 기업이 상장하거나 장외등록할 경우 주식취득 또는 양도세를
전액 비과세한다는 정부 방침은 업계의 오랜 바람중 하나였다.

또 내년부터 벤처기업들로 이뤄진 코스닥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가능토록
했다.

그럼에도 벤처캐피털업계는 아직 못마땅하다.

정작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창투사들에 대해선 어떠한 개선조치도
하지않기 때문.

정책은 커녕 관심도 없는게 아니냐는 불평의 소리까지 나온다.

창투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제자리를 못잡는 이유는
무엇보다정부의 엄격한 규제 때문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지적한다.

우선 금융시장개방 시대에 창투사도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게 되고
이를 위해선 새시대에 맞게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익성을 압박하는 업력제한에 대해 특히 불만의 소리가 높다.

7년 이내의중소기업에만 투자토록해 한마디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의한 종사자는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갓 창업자에게
기술만 보고 자금을 대라는 것이냐"고 항변한다.

오래된 회사라도 업종 전환이나 신규 유망아이템으로 재도약하려는
업체에는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따라서업력을 철폐하거나 대폭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투자자금 조달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이다.

각종 규제와 경영환경 악화로 국내 투자조합 결성이 어려워 창투업계는
외국인 투자조합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금을 받아 조합을 결성하려는 업체는 18개사.

이들 기업은 재경원에 인가신청을 했으나 핫머니성 자금이란 이유로
접수조차 거부당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최근 상장요건의 강화로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및 창투사의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납입자본금 상향조정등의 조치들로 인해 설립초기에 투자한 고속성장
업체중 대부분이 상장단계에서 2년이상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게됐다.

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법체계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지적한다.

신기술사업금융지원법 한국종합기술금융법등 벤처캐피털산업 관련다른
법과는 달리 규제요소가 많은 현 창업지원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력제한, 투자조합 설립 3년 이내에 출자금 총액의 50% 이상을 투자하고
투자액중 60% 이상을 제조업에 투자토록 하는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투사의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어 이런 규제는 경기대응력을 약화시키고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과 신규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것.

투자업체의 성장단계에 따라 적절한 지원수단이 필요한 만큼 창투사가
리스 팩토링등의 업무도 할수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이같은 업계 주장에 대해 당해 관청은 비교적 소극적이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업력을 해제하면 신설회사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겠느냐"면서 창업투자활성화를 위해 창업지원법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창투사의 경영여건을 고려해 우선 투자의무비율 관련조항등
일부규정을 완화하고 내년께 법령개정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이문제를
관련부처간 협의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다른 금융부문 처럼 벤처캐피털 산업도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수
있는 영업환경이라야 2000년대 첨단 유망분야로서 빛을 발할 전망이다.

모처럼 불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소리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투자주체인 창투사를 먼저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보다 설득력있게
들린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