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

한국은 80년대 중반까지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능력이 에틸렌 기준 50만t으로
세계 18위에 불과하였으나 90년대초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95년에는
3백95만t으로 확대됨으로써 세계 생산능력의 4.9%를 차지하는 세계 5위의
석유화학공업국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92년까지도 만성적인 적자를 유지하던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93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는 주요 수출산업으로 전환되었고 95년 현재 세계 총수출중
11%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수급측면에서 볼 때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생산구조면에서는 기초유분 합성수지 등의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합성수지는 공급능력이 과잉상태에 있는 반면 합섬원료의 경우
공급능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그결과 총수출의 80%이상을 합성수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은 합성원료가
80%이상을 차지하는 편향적인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수요구조면에서는 수출이 총수요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보다 두배이상 높은 것으로 최근 수출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사례와 같이 해외경기 변동에 커다란 영항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40%이상에 달하고 있어 수출시장도 특정국
에 편중되어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편 미국은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의 35.6%를 차지하였으나 80년대
중반이후 산유국과 동아시아 개도국들이 석유화학산업에 적극 진출함에 따라
90년대들어서는 비중이 95년에 28.6%로 감소함으로써 그 위상도 크게
낮아졌으나 현재까지 세계 최대 석유화학국으로서 부동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석유화학산업은 항공산업과 함께 대표적인 수출주도 산업
으로서 최근 수출이 크게 증가하여 95년의 수출은 한국의 5배수준인 2백
72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무역수지는 한국보다 11배나 많은 9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미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추세
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무역수지흑자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는 원천은 안정적인 원료공급능력, 거대한 내수시장, 대규모의 기업,
막강한 종합기술력, 적극적인 사업구조재편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반면 한국은 원료의 절반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에 비해
경쟁력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

또한 미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을 설립함으로써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생산성원가가
감소하는 장치산업의 특성이 있는 석유화학산업에서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의 기술력은 공정기술 등 원천기술은 물론이고 기초.응용기술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제품이 다양하고 관련산업의 원료로 사용되는 특성상 기술도
기초 기술에서 각종제품의 생산기술,제품가공기술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에서의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기술수준은 범용제품 생산기술은 선진국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신제품 개발기술, 설계기술, 촉매기술, 중합.공정개발기술 등은
미국의 40~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술개발력에서도 미국은 R&D투자와 연구인력이 각각 한국의 8배, 4배
수준으로 절대적인 규모면에서 막강한 기술개발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내외의 제반여건 등을 감안해 볼 때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이 향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요구조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범용제품보다는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가야 하는 한편 촉매기술, 중합기술, 재질가공기술등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기술을 선진국수준으로 제고시켜 질적인 발전도 추구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