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 (14) '석유화학' .. 토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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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화산업은 그동안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쳐 새로운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통상산업부 주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최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14회 ''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유화산업이 아시아
석유화학시장의 주도권을 견지하면서 세계 일류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위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기반기술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과 연구
기관 대학 등의 유기적 연구개발체제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산부는 451억원을 들여 공정기술개발을 위한 시험공장과 화학
공정시스템개발센터를 건설해 연구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나프타관세면제와
폐합성수지부담금 완화 등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90년 투자자유화 이후
각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능력을 늘리고 수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외 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이 버블경제의 거품을 걷어내고 석유화학분야에서 재기했고 중국등
후발개도국들도 앞다퉈 시설을 확충하면서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먼저 국내 유화산업의 경쟁력수준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
수요업체들은 국산 합성수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가격 품질 서비스 등이 경쟁국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요.
<> 이영섭 청도교하유한공사사장 =가격면에서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산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고 품질도 일본등 선진국 제품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서비스도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등 일부 품목의 경우는 국내 업체들이 로컬가격보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직수출하는 값을 더 낮추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수요업체로서는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품질이 문제입니다.
몇년전에 일본 거래선에 국내 6개 업체의 합성수지를 보냈더니 "어떻게
이런 수준의 합성수지를 쓰느냐"고 했을 정도예요.
일본 제품 보다 30% 정도 싸다지만 가공하는데 손이 많이 들어 결국 원가
부담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나마 품질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회사의 똑같은 그레이드제품이라도 어제 제품과 오늘 제품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일년에 몇번씩 공장을 세우고 원료를 모두 긁어내는 소동을 빚을 정도예요.
<> 송창원 내쇼날푸라스틱부사장 =범용수지는 그나마 가격경쟁력면에서는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레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유화업체들이 그동안 대량생산을 하다보니 특수그레이드 개발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공업체들은 할 수 없이 특수그레이드 제품은 해외에서 수입해서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우리 가공업체들은 고객에게 품질보증서를 보내고 있는데 합성수지 업체들
은 품질보증을 해주지 않습니다.
물성자료를 보내면서도 "참고자료로만 보라"는 식이지요.
규모가 영세한 가공업체들이 리스크를 감당하라는 책임전가 밖에 되지
않습니다.
품질을 보증해 주는 외국업체들의 제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국내 유화업체들이 동반자적 의식을 갖고 가공업체를 지원해
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가가 자주 바뀌더라도 국내 업체에 주는 합성수지값은 일정하게 유지
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가공제품수출이 늘어나야 합성수지시장도 넓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런 지원이 없으면 원재료 비중이 50~80%나 되고 물류비 부담이 10~15%나
되는 가공업체들의 경쟁력은 도저히 회복될 수가 없습니다.
<> 박장관 =직접 사다쓰는 수요업체들의 신랄한 비판이 있었는데 현재
국내 유화산업의 경쟁력은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 이재길 통산부무역정책심의관 =범용제품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와
있다는게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국내 유화수출은 중국이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등
아시아에 편중돼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의 경우는 지역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우리가 상당히 유리한
편입니다.
저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는 일본보다 10%가 싸고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20%가 저렴합니다.
그러나 동남아 수출의 경우는 거리가 먼 만큼 인근국들에 밀릴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필리핀을 예로 들면 고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등의 제품이 우리 것보다 t당 20~30달러가 쌉니다.
2년전만 해도 우리의 점유율이 46%나 됐지만 올해는 3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박장관 =기술력을 높여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게 과제인데요.
국내 유화산업의 기술수준은 어떻습니까.
<> 이철수 고려대교수(화학공업과) =이제까지 국내 유화산업은 설계나
공정보다는 생산기술을 강조해 왔습니다.
자체 기술이 있어야 품질도 높아지고 고부가가치제품 생산도 가능하다는
건 기업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속성상 곧 바로 제품화가 가능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기초
연구를 등한시 해온 겁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시스템 개발센터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
됩니다.
<> 최길영박사(한국화학연구소) =국내 유화산업은 생산능력으론 G7 수준
이지만 기술은 10년이상 뒤처져 있습니다.
1세대인 범용합성수지 생산단계를 지나 2세대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
단계에 와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특수그레이드의 기능성수지를 생산하는 3세대 단계를
지나 4세대인 지적기능소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의 근시안적인 투자형태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위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공정을 갑자기 바꾸거나 소량다품종으로 가는
것을 기피했다는 것이죠.
또 기술선점의지는 갖지 않은 채 수요가 있어야 뛰어드는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였습니다.
시장이 1만~2만t 이하면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아 왔지요.
<> 김영욱 아주대교수(화학공학과) =국내 화학산업은 그 발전과정 자체가
연구개발 투자를 안하게 돼있었습니다.
생산만 잘하면 됐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개발한 공정이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이제 한계에 부딪혀 갑자기 고부가가치화하자고 나서고 있지만 기반이
없어 어려운 것이죠.
지난해엔 정부가 연구개발(R&D)투자를 18% 해줬지만 올해는 16%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 비중으로는 지원은 고사하고 민간투자 유도역할도 못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도 20%는 되고 프랑스와 독일은 39% 40% 수준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겠지만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 정부가 곧바로
기업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학에 연구자금을 주고 기업이
개발된 기술을 상업화하는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정부는 또 연구소별로 지나치게 과제를 세분해 역할분담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발에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일부 기술은 각 기업과 연구소가 중복투자를 해서 경쟁하는게 개발에
효과적이거든요.
<> 박영기 통산부기술품질국장 =당장 내년에 투자규모가 늘어나진 않겠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반확충작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국내 유화산업은 그동안 표준공정기술을 도입하면서 시운전과 조업기술은
대단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운전 및 조업기술은 동남아에 수출할 정도이지요.
그러나 핵심기술이랄 수 있는 촉매 설계기술 신제품기술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의 특허를 기술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사용법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 박장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업체들의 노력입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올들어서는 국제가격이 급락하면서 나름대로 애로가
많을 텐데요.
이럴때일수록 사업구조조정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21세기 화학강국을 목표로 어떤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 성기웅 대림산업사장 =국내 유화산업이 범용제품 위주로 커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역사가 짧아서지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고가동률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수요가 적은 고부가가치 품목보다는 수요가 많은 쪽을 찾아 대량
생산해 온 겁니다.
그러나 이젠 발전책을 생각할 단계가 됐습니다.
전망도 아직은 괜찮은 편입니다.
내수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고 인접국가들도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어떻게 고수익구조로 개편하느냐입니다.
고부가가치 사업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유화의 각종 부산물은 화학산업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플라스틱가공사업도 아직은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종학사장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우리의 고유기술이 없기 때문에 저부가가치 범용제품만 생산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익성도 낮은 것입니다.
기술개발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하게 세계화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친화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기업의 이런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제한된 국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중복 과잉투자를 피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기업은 그 성격상 단기적인 투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 성재갑 LG화학부회장 =이제까지의 "볼륨(volume)게임"을 지양하고
앞으론 "밸류(value)게임"을 지향해야 합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세계가 기술패권주의로 가면서 이제는 기술을 팔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G화학은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내외 유수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회사를 분사화하고 싶어도 세제 문제 때문에
제대로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세금 때문에 덩치를 줄일 수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또 해외전략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지기업을 M&A하고 싶어도 1억달러 이하 짜리는 10%, 1억달러 이상 짜리는
20%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라고 하니 인수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지요.
유화업계에 잘못 각인된 이미지도 개선해 주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유화를 포함한 화학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찍혀있는게 현실 아닙니까.
미국을 보면 산업폐기물의 5%만이 화학제품이고 대기중 오염가스 가운데도
화학제품에서 나오는 것은 6%에 불과합니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화학이라는
사명감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기덕 환경부대기관리과장 =미국의 경우는 총량규제이기 때문에 바로
우리 현실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환경부는 유화업체들이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비해 자율적으로 환경친화적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써주기를 바라고 그런 방향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박장관 =21세기 석유화학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양적확충에서 벗어나
질적 확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는등 기초기술개발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기업도 생산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21세기 화학
강국이라는 우리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정리=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통상산업부 주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최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14회 ''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유화산업이 아시아
석유화학시장의 주도권을 견지하면서 세계 일류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위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기반기술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과 연구
기관 대학 등의 유기적 연구개발체제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산부는 451억원을 들여 공정기술개발을 위한 시험공장과 화학
공정시스템개발센터를 건설해 연구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나프타관세면제와
폐합성수지부담금 완화 등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90년 투자자유화 이후
각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능력을 늘리고 수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외 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이 버블경제의 거품을 걷어내고 석유화학분야에서 재기했고 중국등
후발개도국들도 앞다퉈 시설을 확충하면서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먼저 국내 유화산업의 경쟁력수준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
수요업체들은 국산 합성수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가격 품질 서비스 등이 경쟁국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요.
<> 이영섭 청도교하유한공사사장 =가격면에서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산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고 품질도 일본등 선진국 제품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서비스도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등 일부 품목의 경우는 국내 업체들이 로컬가격보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직수출하는 값을 더 낮추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수요업체로서는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품질이 문제입니다.
몇년전에 일본 거래선에 국내 6개 업체의 합성수지를 보냈더니 "어떻게
이런 수준의 합성수지를 쓰느냐"고 했을 정도예요.
일본 제품 보다 30% 정도 싸다지만 가공하는데 손이 많이 들어 결국 원가
부담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나마 품질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회사의 똑같은 그레이드제품이라도 어제 제품과 오늘 제품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일년에 몇번씩 공장을 세우고 원료를 모두 긁어내는 소동을 빚을 정도예요.
<> 송창원 내쇼날푸라스틱부사장 =범용수지는 그나마 가격경쟁력면에서는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레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유화업체들이 그동안 대량생산을 하다보니 특수그레이드 개발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공업체들은 할 수 없이 특수그레이드 제품은 해외에서 수입해서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우리 가공업체들은 고객에게 품질보증서를 보내고 있는데 합성수지 업체들
은 품질보증을 해주지 않습니다.
물성자료를 보내면서도 "참고자료로만 보라"는 식이지요.
규모가 영세한 가공업체들이 리스크를 감당하라는 책임전가 밖에 되지
않습니다.
품질을 보증해 주는 외국업체들의 제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국내 유화업체들이 동반자적 의식을 갖고 가공업체를 지원해
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가가 자주 바뀌더라도 국내 업체에 주는 합성수지값은 일정하게 유지
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가공제품수출이 늘어나야 합성수지시장도 넓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런 지원이 없으면 원재료 비중이 50~80%나 되고 물류비 부담이 10~15%나
되는 가공업체들의 경쟁력은 도저히 회복될 수가 없습니다.
<> 박장관 =직접 사다쓰는 수요업체들의 신랄한 비판이 있었는데 현재
국내 유화산업의 경쟁력은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 이재길 통산부무역정책심의관 =범용제품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와
있다는게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국내 유화수출은 중국이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등
아시아에 편중돼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의 경우는 지역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우리가 상당히 유리한
편입니다.
저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는 일본보다 10%가 싸고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20%가 저렴합니다.
그러나 동남아 수출의 경우는 거리가 먼 만큼 인근국들에 밀릴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필리핀을 예로 들면 고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등의 제품이 우리 것보다 t당 20~30달러가 쌉니다.
2년전만 해도 우리의 점유율이 46%나 됐지만 올해는 3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박장관 =기술력을 높여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게 과제인데요.
국내 유화산업의 기술수준은 어떻습니까.
<> 이철수 고려대교수(화학공업과) =이제까지 국내 유화산업은 설계나
공정보다는 생산기술을 강조해 왔습니다.
자체 기술이 있어야 품질도 높아지고 고부가가치제품 생산도 가능하다는
건 기업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속성상 곧 바로 제품화가 가능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기초
연구를 등한시 해온 겁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시스템 개발센터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
됩니다.
<> 최길영박사(한국화학연구소) =국내 유화산업은 생산능력으론 G7 수준
이지만 기술은 10년이상 뒤처져 있습니다.
1세대인 범용합성수지 생산단계를 지나 2세대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
단계에 와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특수그레이드의 기능성수지를 생산하는 3세대 단계를
지나 4세대인 지적기능소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의 근시안적인 투자형태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위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공정을 갑자기 바꾸거나 소량다품종으로 가는
것을 기피했다는 것이죠.
또 기술선점의지는 갖지 않은 채 수요가 있어야 뛰어드는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였습니다.
시장이 1만~2만t 이하면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아 왔지요.
<> 김영욱 아주대교수(화학공학과) =국내 화학산업은 그 발전과정 자체가
연구개발 투자를 안하게 돼있었습니다.
생산만 잘하면 됐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개발한 공정이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이제 한계에 부딪혀 갑자기 고부가가치화하자고 나서고 있지만 기반이
없어 어려운 것이죠.
지난해엔 정부가 연구개발(R&D)투자를 18% 해줬지만 올해는 16%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 비중으로는 지원은 고사하고 민간투자 유도역할도 못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도 20%는 되고 프랑스와 독일은 39% 40% 수준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겠지만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 정부가 곧바로
기업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학에 연구자금을 주고 기업이
개발된 기술을 상업화하는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정부는 또 연구소별로 지나치게 과제를 세분해 역할분담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발에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일부 기술은 각 기업과 연구소가 중복투자를 해서 경쟁하는게 개발에
효과적이거든요.
<> 박영기 통산부기술품질국장 =당장 내년에 투자규모가 늘어나진 않겠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반확충작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국내 유화산업은 그동안 표준공정기술을 도입하면서 시운전과 조업기술은
대단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운전 및 조업기술은 동남아에 수출할 정도이지요.
그러나 핵심기술이랄 수 있는 촉매 설계기술 신제품기술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의 특허를 기술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사용법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 박장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업체들의 노력입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올들어서는 국제가격이 급락하면서 나름대로 애로가
많을 텐데요.
이럴때일수록 사업구조조정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21세기 화학강국을 목표로 어떤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 성기웅 대림산업사장 =국내 유화산업이 범용제품 위주로 커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역사가 짧아서지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고가동률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수요가 적은 고부가가치 품목보다는 수요가 많은 쪽을 찾아 대량
생산해 온 겁니다.
그러나 이젠 발전책을 생각할 단계가 됐습니다.
전망도 아직은 괜찮은 편입니다.
내수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고 인접국가들도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어떻게 고수익구조로 개편하느냐입니다.
고부가가치 사업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유화의 각종 부산물은 화학산업의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플라스틱가공사업도 아직은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종학사장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우리의 고유기술이 없기 때문에 저부가가치 범용제품만 생산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익성도 낮은 것입니다.
기술개발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하게 세계화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친화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기업의 이런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제한된 국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중복 과잉투자를 피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기업은 그 성격상 단기적인 투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 성재갑 LG화학부회장 =이제까지의 "볼륨(volume)게임"을 지양하고
앞으론 "밸류(value)게임"을 지향해야 합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세계가 기술패권주의로 가면서 이제는 기술을 팔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G화학은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내외 유수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회사를 분사화하고 싶어도 세제 문제 때문에
제대로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세금 때문에 덩치를 줄일 수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또 해외전략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지기업을 M&A하고 싶어도 1억달러 이하 짜리는 10%, 1억달러 이상 짜리는
20%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라고 하니 인수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지요.
유화업계에 잘못 각인된 이미지도 개선해 주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유화를 포함한 화학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찍혀있는게 현실 아닙니까.
미국을 보면 산업폐기물의 5%만이 화학제품이고 대기중 오염가스 가운데도
화학제품에서 나오는 것은 6%에 불과합니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화학이라는
사명감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기덕 환경부대기관리과장 =미국의 경우는 총량규제이기 때문에 바로
우리 현실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환경부는 유화업체들이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비해 자율적으로 환경친화적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써주기를 바라고 그런 방향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박장관 =21세기 석유화학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양적확충에서 벗어나
질적 확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는등 기초기술개발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기업도 생산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21세기 화학
강국이라는 우리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정리=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