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가 급강하하자 국민 모두가 어려운 경제현실을 인정하고 고통을
분담하자는 호소를 정부당국과 경제계에서 제기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각종 통계나 사례를 들어 과소비자제와 임금동결이 경제회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소비증가에 관해서야 매년 17~18%에 달하는 국가예산증가율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살림규모를 확대해온 정부가 단연 앞장서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구조적인 산업경쟁력 약화문제는 다른나라와 단순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임금이 높은 것만을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다른나라의 물가수준과
사회복지수준에 대해서는 왜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인가.

노동생산성의 증가에 관해선 지나간 70~80년대의 희생적인 근로자들의
헌신적 수고에 대해 국가와 기업은 어떻게 화답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국가에서 복지수요의 상당부분을 감당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근로자 스스로가 그 대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왜 외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엄청나게 비싼 땅값과 고금리, 그리고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세계
최하위권의 정부효율성은 언제 경쟁력있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모든 탓을 근로자들의 생존이 달린 임금에만 우선 초점을
맞추려는 시각이 과연 정당한가.

요즘의 불경기를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전체의 책임을
한쪽으로만 전가하는 여론몰이식 해법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정부 당국과 기업들의 양식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한왕근 < 서울 도봉구 창2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