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32)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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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인이 왕부인과 희봉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흉을 흉으로써 다스린다는 것은 말이야, 점점더 나빠져서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 닥쳐왔다고 가정하고 미리 대처한다는 뜻이지.
그러면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지.
그러니까 대옥의 장례식 준비를 하고 있으면 대옥의 병이 나을 수도
있다 이거야.
병이 낫지 않아 정말 장례식을 치러야 할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치를 수 있고"
장례식 준비 이야기가 나오자 왕부인과 희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꼭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까요?"
왕부인이 조심스럽게 대부인에게 물었다.
"그 길밖에 없는 것 같애. 아까 의원의 얼굴표정을 보니 이번 병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의원이 본인의 의지 여하에 달렸다는 말을 한 것도 그런 뜻이라고
봐야지"
"한 집안에서 장례식과 혼례식 준비를 같이 해야겠군요"
희봉의 그 말에는 대옥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하더라도 보옥의 혼인은
연기될 수 없다는 결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희봉은 보옥에게로 와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전보다는 조금 정신이 돌아온 것도 같았다.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대옥과 혼인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기분이 나아지고 정신도 좋아진 것인가.
희봉이 난초 화분 옆 수석을 들여다보고 있는 보옥에게로 다가가 짐짓
얼굴로 말을 건넸다.
"도년님, 기쁘죠?"
보옥이 희봉의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희봉은 한번 더 확인을 해보야만 하였다.
"도련님 얼마나 기쁜지 말해보세요.
시를 한번 읊어보던가"
"이 수석 참 희한하게 생겼다.
꼭 남녀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 같애. 그쵸? 형수님"
그럼 보옥이 수석의 모양을 보고 기뻐하는 것인가.
"도련님도 이제 대옥 아가씨와 혼인을 치르고 운우지정을 나누게
될 거잖아요?"
희봉이 보옥이 표정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유심히 지켜보며
결정적인 말을 던져 보았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터진 보옥의 웃음소리에 희봉이 감짝 놀랐다.
희봉이 보옥을 황급히 막으며 물었다.
"도련님, 어지를 가려는 거예요?"
"나, 대옥이 보러 간다, 허허허허"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
대답했다.
"흉을 흉으로써 다스린다는 것은 말이야, 점점더 나빠져서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 닥쳐왔다고 가정하고 미리 대처한다는 뜻이지.
그러면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지.
그러니까 대옥의 장례식 준비를 하고 있으면 대옥의 병이 나을 수도
있다 이거야.
병이 낫지 않아 정말 장례식을 치러야 할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치를 수 있고"
장례식 준비 이야기가 나오자 왕부인과 희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꼭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할까요?"
왕부인이 조심스럽게 대부인에게 물었다.
"그 길밖에 없는 것 같애. 아까 의원의 얼굴표정을 보니 이번 병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의원이 본인의 의지 여하에 달렸다는 말을 한 것도 그런 뜻이라고
봐야지"
"한 집안에서 장례식과 혼례식 준비를 같이 해야겠군요"
희봉의 그 말에는 대옥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하더라도 보옥의 혼인은
연기될 수 없다는 결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희봉은 보옥에게로 와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전보다는 조금 정신이 돌아온 것도 같았다.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대옥과 혼인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기분이 나아지고 정신도 좋아진 것인가.
희봉이 난초 화분 옆 수석을 들여다보고 있는 보옥에게로 다가가 짐짓
얼굴로 말을 건넸다.
"도년님, 기쁘죠?"
보옥이 희봉의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희봉은 한번 더 확인을 해보야만 하였다.
"도련님 얼마나 기쁜지 말해보세요.
시를 한번 읊어보던가"
"이 수석 참 희한하게 생겼다.
꼭 남녀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 같애. 그쵸? 형수님"
그럼 보옥이 수석의 모양을 보고 기뻐하는 것인가.
"도련님도 이제 대옥 아가씨와 혼인을 치르고 운우지정을 나누게
될 거잖아요?"
희봉이 보옥이 표정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유심히 지켜보며
결정적인 말을 던져 보았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터진 보옥의 웃음소리에 희봉이 감짝 놀랐다.
희봉이 보옥을 황급히 막으며 물었다.
"도련님, 어지를 가려는 거예요?"
"나, 대옥이 보러 간다, 허허허허"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