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의 신비는 그 자신이 프랑스의 정신과 동심일체가 되어 있었다는데서
나온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도자의 신념이 국가의 이념과 국민의 바람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지도자로서의 드골의 신념은 순수함과 정확성, 결단성과 인내심으로
집약되는 젓이었다.

그밖에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영도력과 책임감, 이성과 판단력, 도덕적 가치관과 그 실천력이 남달리
뛰어날때 지도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광휘를 떨치게 된다.

그러나 어느 특정의 지도자가 아무리 발군의 자질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육체적 건강이 뒷받침되어 있지 못한 경우에는 결코
그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오견은 건강이라 할 수
있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지도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빈부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곧 건강인 것이다.

일찌기 고대로마의 풍자시인 이었던 유벨날리스도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머문다"고 하지 않았던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타고난 건강이 지도자의 뛰어난 자질을
더욱 우뚝하게 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스는 물론 이집트와 소아시아지역에서 인도의 인더스강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왕 알렉산더, 중국대륙에서 폴란드 항거리
흑해연안에 이르는 세계제국의 초석을 닦은 몽고의 칭기스칸은 전진속에서
생을 마감할만큼 강인한 신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또한 유럽 전역에 프랑스대혁명의 이상을
전파시키는 원정을 직접 진두 지휘한 강골이었다.

더구나 자유선거를 통해 국가의 영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세습군주제와는 달리 그 직무를 수행해 갈수있는 신체적 건강 여부가
영도자 선택으 기본적 기준이 될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의 이목은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심장수술 성공 여부에
집중되어 있다.

그것은 그의 건강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그였기에 선거운동기간중의
건강악화설에도 불구하고 제2기대통령에 재선되었지만 민주주의체제하의
지도자 선택기준에서 본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 당시에 후계 이양이 이루어졌다면 옐친 이후의 러시아 정국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