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하는 추석 귀성행렬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추석과 설때만은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조상묘에 성묘해야 한다.

한국인만큼 혈연을 중시하고 고향에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이 강한
민족도 없을 것이다.

성공은 고향에 금의환향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면 고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를 먼저 걱정한다.

또 객지에 떠돌며 탕아가 되어도 부모를 저버리지 않고 고향을 등지지
않으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한다.

병자호란때 청나라에 잡혀갔다 돌아온 환향녀(화냥년의 어원임)들은
돌아와서 자결한 사람이 부지기수였으며 일본군에 끌려갔던 정신대
여자들도 온갖 회한을 안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북쪽의 고향을 그려 망향의 동산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회귀본능은 사냥이나 장사로 떠돌던 민족보다는 한곳에
정착하면서 농경으로 살아온 동양인에게 특히 강한 것이다.

도연명이 현령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면서 지은 귀거래사가
중국 전원시의 백미로 불리는 것은 중국인의 애향심과 회귀심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교는 가족단위 농경의 기반위에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철학이다.

유교는 관존민비, 사농공상의 전통으로 산업과 경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였으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질서와 교육중시 전통은 경제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의하여 탄생되고
발전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프로테트탄트가 아닌 일본에서도 훌륭히 구현되었으며
일본에 이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이들 일본과 아시아 4용의 경제발전은 유교적 전통과 가치관에 바탕을
둔 유교자본주의라고 한다.

세계는 유교자본주의 경제의 앞날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 자동차로 뒤덮여 주차장이 된 전국의 도로 모습은 고생스런
귀성행렬의 사실화인 동시에 한국인의 회귀성을 함축한 상징화이며
우리 민족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 추상화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