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시장개방탓도 있지만 소비고급화와 과소비 풍조가 만연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23일 "우리나라 수입구조의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득수준 향상으로 국내경기와는 무관하게 국산, 외제를 가리지않고
품질과 가격에 따른 소비행태가 정착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또 수입자유화, 유통시장 개방 등으로 수입제한이 대폭
완화된데다 경공업제품의 경쟁력 상실에 따른 저가 소비재의 수입마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이에따라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 전체 수입이 줄어드는
종래의 추세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가 과거 경기확장기에는 그 규모가 확대되고 경기
수축기에는 축소되던 경기동행적인 패턴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추세에 따라 역수입과
OEM(주문자생산방식)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병행수입 활성화 등
수입유통구조 변화로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수입은 올들어 경기하강에 따라
주춤했으나 지난 7월이후 다시 두자리수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개방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외산담배의 경우 수입액은 지난 85년
1천만달러에서 지난해엔 3억7천6백50만달러에 달해 무려 38배 가까이
늘어났다.

화장품의 경우도 85년에 비해 지난해엔 수입액이 무려 30배 뛰었다.

연구원은 특히 승용차의 경우 외제차에 대한 부유층의 사치성 소비까지
가세해 지난 2년간 1백%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외산 승용차의 지난해의 수입액은 2억6천7백만달러에 달한데 이어 올
7월들어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가전 수입액은 지난해 13억6천4백70만달러에 달했으며 올 7월까지에만
7억8천5백만달러를 초과한 상태여서 지난해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은 최근 들어서는 이미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상실한 의류 신발
완구류 가구 등의 수입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들 품목에 대한 수입이 총소비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85년
0.3~0.5%, 90년 0.5~2.1%로 미미했으나 올해들어서는 의류가 총소비재
수입의 7.2%, 신발이 3.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온기운 동향분석실장은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에서 고가
소비재의 수입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저축에 대한 유인책을 좀더 강화해 소비성향을 낮추는 등 주변여건 조성
이외의 대안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