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은 고향으로 슬리는 마음 묻혀 흔들리나니
하루종일 고향 앞에서 술렁이는 바람에 묻혀 흔들리나니
후두둑 햇살까지 뛰어다니는 걸
볼수 있나니...

갑자기 세월의 깊이를
깨닫고 마는 아침. 바람을 만나기 위해
그리움 하나 휘감아
띄워 보내리.

그리움으로
기다림으로
마음에 수를 놓으면서
구겨진 마음 하나
내 곁에 가까이 두면서
맨몸으로 휘어오는 바람 하나
띄워보내리.

시집 ''고향앞에 서서''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