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끝났고 올해도 4.4분기만 남았다.

하지만 불황에 따른 감원한파로 올추석에 고향길에 나선 많은 사람들의
어깨는 여느해와는 달리 무거웠다.

올농사가 대풍작이라니 그래도 한가닥 위안이 되지만 내년이후 경제난을
어떻게 헤쳐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정책당국과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수축국면이 본격화되며
내년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지난 29일 발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내년도 경제전망도 이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를 계기로 몇가지 점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은 경기냉각에 구조적인 경쟁력약화가 겹친
탓이라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중에서 경쟁력약화는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며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당장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사는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 회복되는 전환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정부나 대다수 연구기관처럼 내년 3.4분기를 경기전환점으로
보고 있으나 성장회복세가 강하지 못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우리경제의 주력수출품이 중화학공업위주로 바뀌어 시장수요의
소득탄력성이 작아진 탓이지만 가격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엔화의
환율동향이 불확실한 탓도 크다.

따라서 경기수축기간이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겠다.

또한 금융연구원은 경기악화의 결과로 내년에는 실업률이 2.7%이상으로
높아지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업이 늘면 소비가 줄어 내수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때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한 재정지출은 그나마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윤활유구실을 하지만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효과가 설비투자에 비해 더디기
때문에 자칫하면 가뜩이나 허약한 우리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억제해온 물가상승압력이 언제 가시화될지 모르는 판에
내년 예산증가율이 14%에 육박된다는 점은 내년에 지를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불황속의 물가상승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경제지표의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구조가 바뀌고 경제의식도 달라졌으며 따라서 경제지표의 의미도
전과 같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예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6%대로 수정된 것을 들 수 있다.

경제현실도 획일적이지 않다.

한쪽에서는 명예퇴직이다 감원이다 하는데 다른쪽에서는 외국인 산업
연수생규모를 늘리자고 한다.

미분양때문에 주택건설업체가 줄줄이 쓰러지는데 수도권의 소형주택
전세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뛰고 있다.

OECD 가입과 이에따른 금융시장개방이 코앞에 닥쳐왔는데 고금리는 끄덕도
없다.

이 모든 혼란은 시장자율로 가는 과정의 필연적인 결과다.

경제난극복도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일이 아니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 맞춰 자율적으로 해결하게끔 경제환경개선에 가일층
힘써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