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20일간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
340개 기관을 대상으로 일제히 시작된다.

경기급랭에 따른 불안감과 북한무장공비 소탕작전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그래서 그런지 국감
본래의 기능이 퇴색되지나 않을지 지레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당인 신한국당은 올해 정기국회가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조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이번 국감을 통해 개혁입법의 보완과 정착에
주력하는 한편 안기부법 개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등 "안보국감"으로
몰고간다는 전략이라고 들린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당은 검.경 중립화 및 방송중립성 확보가
내년 대선승리의 선결요건이라고 보고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 국감이 차기 대권의 전초전 성격을 띤 치열한 정치공방의
무대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국감에 임하는 여야 의원들과
수감기관에 다음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국감은 무엇보다도 경제위기에 초점을 둔 "민생국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가계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고금리 고임금으로 수출경쟁력을
잃어버린 기업들은 감량경영이다, 해외탈출이다 하며 허둥대는 모습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겠다고 큰 소리치던
정부는 갑자기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생안정과 기업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다.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국회차원의 철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국감은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한총련사태 등에 따른
대북 안보체제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여야는 안기부의 수사권부활을 골자로 한 안기부법 개정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대북 안보체제의 재구축은 안기부법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민-관-군의 안보의식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이번 국감을 통해 강력히 제기돼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국감은 문민정부의 개혁성과를 철저히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김대통령 임기내 또 한차례의 국감이 있다고는 하나 대선 직전임을 감안할
때 개혁정책에 대한 점검은 실질적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아직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는 각종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감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수감준비에 쏟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수감후 지적사항의 시정 및 이행에
할애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국회사무처가 내놓은 95년 국감사후평가서에 따르면 정부가 말로는
고치겠다고 해놓고도 아직까지 조치하지 않은 지적사항이 60%를 넘는다니
국감무용론이 나올 만도 하다.

바라건대 경제 안보의 위기감 속에서 맞는 이번 국감이 국민들에게
생산적이고 믿음직한 국회-정부상을 보여줌으로써 이 사회에 넓게 드리워진
불안의식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