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예금을 인출할 때마다 불편을 느끼는 사항이 있다.

예금주 본인이 직접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나가서 돈을 찾는데도,
서명거래를 꺼리는 곳이 있다.

얼마전 모 증권회사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있어 그 회사의 고객만족센터에
문의를 해보니 그곳 직원은 "아직 증권회사들은 보수적이어서 도장을
선호하며, 굳이 서명거래를 고객이 원하면 반대하지는 않으나, 가급적
도장으로 거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서명 금융거래의 경우 타인의 무단인출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타당치 못하다.

서명과 주민등록증을 다른 사람이 모방하기 쉽기 때문에 서명거래를
기피하는 것이라면, 도장을 분실할 경우에는 습득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장의 도용이나 모방에 의한 예금인출 사고 발생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서명거래는 본인이 직접 금융기관에 나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므로
금융실명제의 취지와도 부합된다.

그리고 예금주 본인만이 할수 있는 독특하고 고유한 서명을 개발하여
사용할 경우 오히려 도장의 경우보다 도용 모방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점이 있다.

게다가 계좌개설시 서명과 도장을 모두 등록하여 놓으면 예금인출시
예금주가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여 거래 할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관계당국에서는 유난히도 도장을 선호하여 가.차명계좌가 난무하는 우리의
금융거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본인 서명에 의한 금융거래를 적극
권장해 나가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배현준 < 서울 서초구 서초4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