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반장".

목재제조업체인 이건산업의 근로자들은 장문영사장의 별명을 이렇게
부른다.

여기에는 물론 장자상에 대한 근로자들의 애정이 듬뿍 깃들어 있다.

장사장은 수시로 현장에서 작업하기를 즐긴다.

근로자들의 고충을 몸소 체험하고 일손도 보태자는 뜻에서이다.

이같은 현장체험은 장사장과 근로자들간에 상호 이해와 신뢰를 두텁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며 장사장에게 "반장"이란 별명을 얻게 만들었다.

장사장의 현장체험은 지난 80년초 사원가족을 표방하며 시작한 총력생산
운동에서부터 비롯됐다.

이 운동의 요점은 관리직 사원이 현장체험을 함으로써 생산직 근로자의
어려움을 알고 일손도 돕자는 취지다.

관리직사원들은 곧바로 조를 짜서 조별로 24시간 가동하는 공장설비를
대상으로 현장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직이 12시부터 1시까지 작업을 하고 나면 그사이 점심식사를 마친
근로자들이 작업교대를 하는 식이다.

이 운동에는 예외가 없었다.

장사장도 15년동안 해외출장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빠짐없이 현장
근무를 자청한다.

최고 경영층으로부터 말단사원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총력생산
운동은 지금까지 이건산업을 건실하게 성장하도록 만들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게 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이건산업은 이와함께 지난 94년부터 출근시간 30분 앞당기기 운동을
펼치면서 생산성향상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생산성도 올라가고
근로자의 기분도 밝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원들이 스스로 구성한 자주회도 회사의 생산성향상과 품질관리에
일조하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된 자주회는 조그만 원가절감이 엄청난 경비절약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아래 재활용품 회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조에서 추진하는 산업안전활동도 생동력있는 회사분위기를 일구는데
일조한다.

이상철 노조위원장과 회사관계자가 공동으로 벌이는 현장순회점검 및
교육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산업재해율이 지난해보다 68%감소하기도 했다.

이위원장은 "노조가 회사발전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회사는 발전한 만큼
근로자들에게 이익금을 배분해주고 있어 저절로 노사화합이 되고 있다"며
"이건산업은 노사 모두가 만족해하는 모범업체"라고 밝혔다.

노동운동이 물결쳤던 80년대말에도 이 회사는 이상하리 만큼 조용했다.

주변업체에서 격심한 분규를 겪고 있을때 정상가동은 이건산업뿐이었다.

여기에는 지난 75년에 설립된 이후 줄곧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펼쳐온
노동조합과 13년동안 위원장직을 맡아온 이윤종 전위원장의 역할이 큰
힘이 됐다.

해마다 임금협상때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설사 회사측과 의견차이
있더라도 내부조율과 대화 등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

이건산업에는 엄밀히 말해 노사협상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2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회사의 경영현황 이익 생산계획
등에 대한 제한없는 토론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협의회는 노조측에서 무려 16명이 참석하고 회사측은 사장 등 핵심
간부만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매년 노사화합 한마당 행사를 1박2일 일정으로 개최, 사원들의
가족화에 힘쓰고 있다.

여기선 노사 모두 하나가 되어 회사발전의 의지를 다진다.

장사장은 "투명경영을 기초로 상식에 의한 경영을 한다면 노와 사 모두
떳떳할 수 있으며 특히 노사관계는 저절로 화합과 참여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며 "열린 경영을 펼치는 이건산업은 따라서 돈독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산업은 사원임대주택 종합복지관건립 등 기존의 사내 복리후생을
뛰어넘어 지역문화 창달에 공헌하기 위한 이건음악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밝은 미소 초우량기업"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신사업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 인천=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