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공간!

발 밑으로 굽이굽이 펼쳐지는 능선들 사이로 우유빛 운해는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지는데...

거친 숨소리와 땀에 젖은 상기된 얼굴.

갑자기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파고드는 이 쾌감!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산에는 우정이 있다.

산만큰 사람과 친밀하게 하는 것은 없다"라는 텐진의 말에 동감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기분전환과 함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가 바로 호텔 미란다 산악회이다.

4년전인 92년 4월 그저 산에 가고 파하는 25명의 사우들이 모여 만든
산악회가 지금은 호텔 미란다의 마당발로 통하는 신현석 총무를 중심으로
40명의 회원들이 이산 저산을 오르내리며 우정과 동료애를 돈독히 다지고
있다.

회원중에 10명은 처음에 무심코 산에 따라 갔다가 산이 주는 쾌감과
매력에 도취되어 지금은 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만사를 제쳐좋고 스케줄을
맞추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매월 둘째주 화요일 산악회는 부산하게 움직인다.

다음날 있을 산행에 대비하여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기때문이다.

먼저 산행에 참가할 회원의 수를 확인하고 이에 따르는 차량이며 식수,
간식 그리고 맛있는 점심 도시락을 주문하고 나면 등반대장, 총무와 함께
산행지까지의 여정이며 등산로를 다시 확인한다.

물론 다음날 날씨까지 세심히 알아보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실 생소한 산행지는 답사를 먼저 하는것이 원칙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도만 보고 길 찾아 가는 솜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

산을 좋아하는 아끼는 사람의 한사람으로서 산이 단지 경치만 감상하고
기분전환 하는 곳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준비하고 오르는 과정에서 인내를 배우고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고 배우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더불어 날로 심각해지는 산악 오염에 대해서도 산을 찾는 모든이가 반성
하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란다 산악회는 취사구역 내에서도 취사는 자체하고 도시락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매번 산행때마다 쓰레기 봉투를 준비하여 쓰레기뿐 아니라
담배꽁초 하나라도 산에 남기지 않고 되가져 오고 있다.

앞으로 미란다 산악회는 창립 5주년이 된다.

지금까지도 워킹을 위주로 하는 산행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지리산 종주같은
장기 산행도 하고 암벽 등반 경험이 없는 회원들에게 기초적인 암벽 등반
기술을 배우게 하여 설악산 천화대 릿지 등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산행의
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