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두가지의 통계가 움츠려있는 월급쟁이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대만 일본 미국 프랑스중 최고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물가수준이 세계175개 주요도시중 5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근로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아주 간단한 결론이 나온다.

물가가 비싸고 노동생산성이 최고라면 당연히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만일 이런 상화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낮을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의 사회적 이익을 기업가나 정부가 착취한다는
결론인데 최소한 현재는 그런 모순된 임금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근 재계에서 주장하는 고임금의 구조란 과연 무엇을 근거로
말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언론에서 계속 제기해 온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상승률 세계1위와
상대적 임금수준 경쟁국중 1위는 어디서 나온 말인가.

그리고 그런주장의 대부분은 국가의 통계자료를 인용, 분석한 것이라서
상당한 신뢰성을 갖고 있었고 모두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그 통계는 그럼
어느나라 것이었단 말인가.

바로 통계와 숫자의 장난이다.

어떤 통계나 조사자료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로
편집하느냐에 따라 아전인수를 위한 근거가 되곤한다.

그렇다면 왜 재계와 정부에서는 어떤 의도로 고임금이 불황의 요인이란
통계적 자료만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틀린 자료들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니란 말이다.

혹시 불경기의 근본원인을 호도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불경기의 책임을 전가하고 더 많은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그런 자료를 동원한 것은 아닌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갖고 검토해 봐야 할 자료는 <>세계 최하위권의
효율성을 지닌 정부 관료조직 <>각종 규제법령들 <>세계 정상권의
산업재해율 <>일본과 맞먹는 높은 땅값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고금리
<>내국기업의 자생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폐쇄적 독과점체제등이다.

그러나 이런 부문의 과감한 정비를 위해선 사회지도층과 기득권계층의
적극적인 양보와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고통의 분담은 함께 나누는데 의미를 갖고 힘을 지니게 된다.

함께하는 일방은 양보하고 다른 한편은 형식적인 모습만 보인다면
오해와 대립만 낳게 될 뿐이다.

모두가 동감 동참하는 불황기의 극복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한왕근 <서울 도봉구 창2동>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