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은행대출금리는 연 20%에 달했다.

그러나 82년엔 연 10%로 떨어졌다.

불과 2년만에 1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에 육박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대로 낮아졌다.

반면 경제성장률도 80년 마이너스 2.7%에서 82년엔 7.6%로 높아졌다.

"고금리-고물가-고성장" 구조가 2년만에 "저금리-저물가-고성장구조"로
바뀌는 "기적"이 창출된 셈이다.

물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금리만해도 당시는 규제금리시절이라 정부가 내리기로 마음먹으면 내릴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금리자유화의 진전으로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80년대의 "기적"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크다.

비록 김재익 경제수석이란 걸출한 인물이 지금은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리국제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통화당국의 자세다.

정부가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고금리는 난공불락의
성만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어떡하든 자금공급을 늘리고 초과수요분를 억제하면 금리하락도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자금유입만 해도 그렇다.

통화당국은 외자도입에 대해 한결같이 "저리의 외화가 들어오면 통화증발로
물가상승 및 환율절상 압력이 거세진다는 경제상식도 모르는가" (재경원
금융정책실 관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화폐수량에 비례해 물가가 오른다는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을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국가와의 교류가 없는 폐쇄경제체제내에서 완전고용과
1에 가까운 한계소비성향(소득증가분만큼 모두 다 소비한다)을 전제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최세형 무역협회연수원 교수)는 지적을 들어보면
관료들의 발상은 개방경제현실을 외면한 도그마일 수 있다.

이는 뉴질랜드의 경험에서 금방 나타난다.

한국과 같이 "규제대국"이었던 뉴질랜드는 지난 84년부터 85년까지 <>외자
도입규제 전면 철폐 <>변동환율제도 도입 <>이자율상한선 폐지 등 소위
금융시장의 "빅 뱅"을 단행했다.

단기적으로 환율상승으로 수출난이 심화되고 일부기업은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흡수 등 긴축적인 재정정책 수행속에 <>대내적인
금융자율화 <>무역자유화 <>노동시장의 탄력성 제고조치 등이 잇따르면서
경제는 회생했다.

단기금리는 84년초 연 23%수준에서 90년 연 13%, 94년 연 7%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실질국내총생산증가율은 평균 2.6%(84~87년)에서 마이너스 0.2%
(89~91년)를 거쳐 4.6%(93~94년)로 올라갔다.

굳이 뉴질랜드와 같이 급진적인 자본자유화를 하지않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얼마든지 있다.

"국민소득의 변화없이 국내이자율을 하락시키려면 확장적 금융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자율하락에 의한 투자증대분을 정부 및 민간의 국내저축 증가분으로
흡수하면 된다" (한승수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저 "신경제정책론")는 이론이
정책으로 추진되면 된다.

우선 해외자금의 추가공급으로 만성적인 자금수요초과현상을 진정시킨뒤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수요자극에 따른
금리 및 물가상승의 악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건 "선입견버리기"다.

규제를 푼다고 해서 저리해외자금이 무한정 유입된다는 것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그간의 국내 임금 및 물가상승을 볼때 원화의 달러환율은 수년내에 1천원
대에 육박할 수 있다.

6%대의 자금을 해외에서 끌어온뒤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돈을 쓴 것보다
손해가 발생한다" (S그룹 자금담당이사).

환리스크가 금융당국 대신 기업의 과도한 차입을 견제할 수 있는 만큼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물론 모든걸 정부몫으로 떠넘길 수는 없다.

기업이나 가계도 금리하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금리가 높다면 기업들이 자금을 덜 써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않다.

이제부터라도 설비확충보다 연구개발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상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기업의 자금확보 경쟁도 정부가 "언제" "갑자기" 자금줄을 쥘 줄 모른다는
불신감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덕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꺾기 근절 및 예대마진 축소 등 중개비용 절감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다고해도 중요한건 통화당국이다.

금융중개비용절감문제만해도 근본대책은 "주인찾아주기"와 진입장벽 철폐를
통한 완전경쟁체제 구축이다.

주인없는 은행끼리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만큼 제도적 유인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차입을 부추겨서도 곤란하다.

현행 세법은 이자를 손금으로 인정한다.

다만 부채가 자기자본의 두배이상인 기업이 다른 법인이 출자하거나
비업무용 부동산을 살 경우에 한해 출자금만큼을 비용으로 보지않는다.

차입이 곧 법인세 경감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론 국제수지 적자폭 감축과 저축률 제고에 힘써야 한다.

임금억제 등 임금안정, 기술혁신 등 기업의 경쟁력 배양을 바탕으로한
무역수지 균형 또는 소폭의 흑자도 이룩해야 한다.

잠재경제성장률 6%시대를 맞아 감속성장에 따른 실업률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보면 유독 폐쇄성이 심한 금리를 국제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발상
전환을 바탕으로 기업 금융기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 정리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