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않는 나라였던 영국".

그 관문이었던 런던 도클랜드(London Docklands).

대영제국의 쇠락과 함께 런던주변의 대표적인 슬럼지역으로 전락했던
도클랜드가 이제 세계의 신무역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80년대 이후의 도클랜드는 밀턴케인즈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신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도클랜드 신도시는 런던의 관광명소인 타워브리지에서 동쪽으로 템즈강을
끼고 벡턴지역까지 이어진다.

타워브리지의 서쪽인 기존 시가지는 수백년된 주택 호텔 성당 왕궁 등이
들어선 전형적 고도의 모습이나 반대쪽 도클랜드는 고급주택지역 및
초현대식 빌딩밀집지역이다.

런던도클랜드는 "재개발" 방식을 통해 조성된 신도시다.

슬럼가의 모습이었던 도시주변 낙후지역을 현대적인 도시로 개조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재개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우리나라 처럼 이곳저곳에 무계획적으로 고층아파트만 지어대는 "난개발"
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계획을 바탕으로 땅을 수용,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빈틈없는 초기계획과 효율적인 추진체계가 전체면적 6백60만평(2천2백ha)
으로 여의도(89만평)의 7배가 넘는 대규모지역을 무리없이 새로운 도시로
변모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도클랜드의 개발이념은 낙후되고 과밀한 도시주변지역을 개조, 런던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집단재개발을 통해 주거 업무 상업기능을 이상적으로 결합, 쾌적한
주거환경을 창출해내는 것은 물론 도시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영국정부는 이를위해 사업착수에 앞서 78년 도시재개발법(Inner Urban
Area Act)과 80년 지방정부 도시계획토지법을 특별히 만들어 개발대상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게 했다.

81년에는 도클랜드 개발을 전담하는 정부출자기구 LDDC(런던도클랜드개발
공사)를 출범시켰다.

81년부터 개발되기 시작된 도클랜드뉴타운은 민자유치를 통한 신도시
개발의 표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투입된 총 80억파운드 가운데 63억파운드가 민간자본이며 이중
64%인 41억파운드가 외국기업 자본이다.

민자유치는 이곳을 국제적인 무역중심지로 성장시켜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이었을 뿐만아니라 고용확대와 지역개발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

이에따라 세제를 중심으로한 각종 우대지원조치에 힘입어 미국 일본 등
각국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이곳에 진출, 땅을 매입해 대형 업무용건물을
지었다.

81년 이후 지금까지 1천4백여개의 국내외기업이 이곳에 새로 진출했으며
일자리수도 81년 2만7천2백명에서 지금은 7만여명로 늘어났다.

특히 이곳의 완벽한 교통망이 이같은 대규모 민자유치가 어려움없이
이뤄질 수 있게한 인프라역할을 했을 뿐만아니라 주거지역으로서의 기능을
크게 활성화시켰다.

정부보조 및 토지분양으로 조성된 17억파운드의 상당부분이 경전철 도로
등 교통시설에 집중 투입됐다.

도클랜드를 동서로 가로질러 런던도심과 동쪽끝 주거지역인 벡턴지역을
잇는 경전철이 건설돼 곧바로 도심진입이 가능하며 지하철을 갈아타면
런던시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87년에는 기업활동을 지원하기위해 국내노선은 물론 15개 유럽지역 노선이
취항하는 공항(런던시티공항)까지 이곳에 개설됐다.

주거 레저 교육시설 등도 충분히 조성됐다.

기본적으로 도시내 각 기능의 완벽한 조화를 이룩하는 것이 이 도시개발의
이념이었기 때문이다.

주택개발은 지역적인 특성에 맞춰 계획됐다.

도심과 가까운 워핑과 버몬시 리버사이드지역은 고풍스런 옛멋을 그대로
살린 고급주택지역, 업무밀집지역인 아일오브독지역에는 강가의 전원주택
지역, 도심과 멀고 땅이 넓은 벡턴지역은 중저가의 서민주택지역으로 각각
설정돼 건설됐다.

81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9천9백여가구의 주택이 새로 건설됐으며 단독
주택과 빌라형 주택이 대부분이다.

이에따라 81년 1만5천가구에 그쳤던 주택수가 3만3천9백여가구로 늘었다.

주민수도 개발착수당시 3만9천5백여명에서 지금은 7만2천명에 이른다.

플라트(Flat)라고 불리는 4-5층의 공동주택과 10층내외의 아파트도 건설돼
서민용이나 극빈자를 위한 임대용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시설로는 37개의 초등 및 중등학교와 대학이 새로 건립되거나 증개축
됐으며 신도시의 가장 골치거리인 하수처리는 벡턴지역 인근에 위치한 폐수
처리장으로 보내 템즈워터오소리티에서 관리토록하고 있다.

도클랜드는 98년 3월 로열도크의 개발업무가 해당 지자체로 넘어가면
정부의 공식개발이 마무리된다.

이미 버몬시 리버사이드 벡턴의 개발권은 지자체로 넘어갔으며 워핑
서리독 라임하우스는 올해, 아일오브독은 내년에 각각 이관될 예정이다.

30여년전만해도 슬럼가였던 도클랜드뉴타운.

이곳을 지금은 주거.업무.상업기능이 균형을 이룬 성공한 재개발 도시로
만들어낸 영국정부의 체계적인 개발계획, 민자유치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
인프라시설확충 등은 앞으로 계속적인 신도시건설이 불가피한 우리실정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 글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