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7일 미국 뉴욕 소더비사에서 열린 한국미술품 단독경매에서
박수근 화백 (1914~1965)의 유화 "빨래하는 여인"이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가로 32.1cm 세로 14.9cm 짜리니까 해경그림 (인물화나 풍경화보다
옆으로 길다)으로 쳐도 4호 (33.4x19cm)가 채 안되는 작품이다.

4호라고 해도 호당 6,000만원, 3호로 보면 호당 8,000만원이 넘는다.

그림은 허름한 한복을 입은 여인 4명이 갯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8절지 크기가 안되는 이 작은그림의 값이 이처럼 비싼 것은 무슨
연유인가.

박수근 화백은 강원도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것이 전부인 무학의
작가다.

6.25 당시 그가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꾸렸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간판도 줄도 없이 어렵게 살다간 그의 작품이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좋아하고 따라서 비싸게 팔리는 까닭은 무엇보다 그가 동시대 한국인의
삶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정직하게 그려낸 때문으로 여겨진다.

예술이 사회의 산물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류가 진정한 예술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

세월의 흐름에 관계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미술품을 구입하는 길은
소재와 주제 기법 모두에서 유행을 좇지 않고 굳굳하게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작가를 찾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개성있고 성실한 작가를 발견할 때 미술품 투자는 성공할 수 있다.

수채화 "소녀상"의 강연균씨는 97 광주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진, "체험-이미지"의 지석철씨는 의자를 이용한 평면과 입체
작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가다.

< 박성희 문화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