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한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어제까지의 대북한정책이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대통령은 1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제48회 국군의 날 경축연에 참석,
연설을 통해 이같은 정부입장의 변화를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중점을
두고 모든 대북한정책을 재정리하겠다"며 "정부는 먼저 군이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침투에도 즉각 대응할수 있도록 군의 기동성과 능률성을 제고하는데
정책의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개방과 변화를 거부하고 대남적화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는데 정책의 최우선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대북한정책변화는 최근의 무장공비 침투사건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각종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대통령의 대북한관이 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은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국민들의 안보인식
이 안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김대통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북한이 현재의 대내외적인
어려움 때문에 40여년간 준비해온 무력적화계획이 실현불가능하게 되기 전에
행동에 옮겨야 되겠다고 초조해 하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김대통령은 이번에 잠수함을 통해 무장공비를 침투시킨 것도 그들의
초조감을 단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북한에 의한 오산의 위험성을 절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이시점에서 강조하는 것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안보태세의 강화로 요약된다.

김대통령은 "어떠한 긴급사태에도 대처할수 있는 강력한 힘이 우리에게는
절대로 필요하다"며 "대통령으로서, 국군의 최고통치자로서 북한이 환상을
확실하게 포기할때까지 보다 현실적이고 확고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절감했다"고 밝혔다.

유종하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이와관련, "무장공비사건에 대한 우리의
1차적인 대응은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안보를 굳건히 지킬수 있는 군의
준비태세를 갖추는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수석은 대북정책이나 국민들의 안보의식고취, 국제무대에서의 공조체제
구축등은 이러한 군의 방위태세를 지원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
했다.

일부에서 북한이 굶어죽는 마당에 무력도발을 일으킬수 있느냐는 시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인식
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이 무력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는한 우리의 최우선과제는 군사적
으로 대응할수 있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는데 있으며 이를위해 국민은
물론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게 김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유수석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경협문제와 관련, "대북정책은
경우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것"이라며 "어느 시기에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정책을 쓰는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고 밝혀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유수석은 그러나 "북한이 잠수함을 보내는 마당에 무엇을 줄수 있겠냐"며
"북한이 국방비를 줄이면 식량을 얼마든지 사들일수 있다"고 말해 당분간
식량지원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단 군사적으로 강력한 방위태세를 구축한 다음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며
대북지원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으로 보여진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