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은행고유계정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기관의 수신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동안 은행고유계정(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에 유입된 돈은 4조9,384억원으로 제2금융기관(증권사 제외)
을 포함한 1,2금융권 수신증가액(7조1,656억원)의 68.9%에 달했다.

이는 작년9월 고유계정수신증가액(5,806억원)이 전체수신 증가액
(7조4,946억원)에서 차지했던 비중 0.8%에 비하면 60%포인트이상 높아진
것이다.

은행고유계정수신은 지난 1.4분기만해도 1조1,262억원 감소했으나 5월
신탁제도가 개편되면서 증가하기 시작, 전체수신에 대한 비중이 7월과 8월
각각 11.7%와 29.3%로 상승한뒤 지난 9월엔 70% 가까이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비해 그동안 고수익을 바탕으로 시중자금을 끌어들였던 은행신탁계정
양도성예금증서(CD) 종금사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박철 한은자금부장은 "신탁제도개편에 따른 자금이동은 지난 8월을 고비로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지난달 은행고유계정예금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실적배당(제2금융기관)보다는 확정금리(은행고유계정)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부장은 특히 은행들이 최근 상호부금과 정기예금을 변형한 고수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이달 중순 비과세 장기저축이 시판
되면 시중자금의 은행고유계정유입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은행고유계정예금은 저축성예금이 3조8,937억원, 요구불예금이
1조447억원 증가했다.

반면 작년9월 각각 3조6,228억원과 2조1,351억원 늘었던 금전신탁과
종금사수신은 지난달에는 각각 6,681억원과 1조47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지난달부터 투신사들이 팔고 있는 MMF에도 1조7,500억원이 몰렸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