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높은 해외차입비용으로 삼성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역외대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 주선으로 진행된 삼성전자 역외대출
차관단 구성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단 한군데도 참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영국 미국 등지의 30개 해외현지법인에 모두 1억3천7백만달러를
증자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신디케이션론을 의뢰했다.

산업은행은 차관단 구성을 위해 국내외 50여개 은행에 참가의사를 타진
했으나 BOA, JP Morgan 등 34개 외국계 은행만이 참가의사를 나타냈을뿐
국내 시중은행중 참가하겠다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시중은행들이 삼성전자 역외대출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신용도하락에 따른
해외조달비용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지난 6월이후 한국계 금융기관의
해외기채가 늘어난데다 부실채권증가 BIS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으로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해외자금 조달비용은 상반기보다
평균 0.5-1%포인트 정도 상승한 리보(런던은행간대출금리)+0.4%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관계자들도 "이번 삼성전자 대출건의 금리는 리보+0.49% 수준으로
조달코스트가 현재처럼 리보+0.40% 수준이면 도저히 수지를 맞출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유공 현대 LG 등 주요대기업에 대한 외화대출금리가 리보+0.7%
이하여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 기업들에게는 역외대출을 해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이번과 같은 케이스인 삼성전자 해외공장 증자자금
1억5천5백만달러 역외대출에 조흥은행만이 차관단에 참여, 리보+0.49%의
금리로 240만달러를 대출했었다.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