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화 대학으로 육성하겠다"

숭실대 김성진총장(68)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그는 지난 93년 총장 취임이래 지난 3년간 숭실대를 전국대학에서
손꼽히는 정보 명문대학으로 키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교생이 컴퓨터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한편 올해에는
인공지능학과 등 컴퓨터 관련학과를 한데 모은 국내 첫 단과대학인
정보과학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김총장은 경제학자이지 컴퓨터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컴퓨터를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못박을 정도로 컴퓨터에
대한 애착만큼은 대단하다.

김총장이 오래전부터 컴퓨터 예찬론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지난 60년대 후반 캐나다 유학시절때였다.

당시만해도 컴퓨터는 국방이나 우주항공분야에서 공학계산을 하는데 쓰는
것으로만 알았다고 한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전자계산학과를 설립, 상대적으로 정보화의
물결을 빨리 탄 숭실대에 지난 70년 부임했지만 그에게 컴퓨터는 단순히
"신기한 도구"에 불과했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그러나 총장직을 맡게 되면서 그가 컴퓨터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의 업무효율 제고 차원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해주는 대학의
수장으로서 컴퓨터는 더할 나위없이 유용한 도구로 비쳐진 것이다.

학생들의 정보화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10년간 10억원씩 투입,
캠퍼스에 정보고속도로를 까는 숭실전산망 2000사업을 올해 착수한 것도
컴퓨터의 중요성을 간파한 때문이다.

김총장이 컴퓨터를 직접 다루기 시작한 것도 총장 취임후였다.

컴퓨터로 하는 그의 일과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틈나는대로 인터넷에 들어가 외국명문대학의 정보를 얻어 배울 점을
찾고 관심 있는 연구논문 등을 뒤적인다.

교사내망인 SAINT를 이용해 학생들의 건의를 듣는 것도 그의 소중한
일과이다.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학교에 바라는 사항을
총장에게 직접 전할수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간 정도를 학생 면담으로 비워 놓을 정도로 학생
면담을 중시하는 그의 열의가 사이버공간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체계적인 컴퓨터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어려운 것은 힘들면 직원들에게
물어 배운다"는 그는 "주부가 컴퓨터로 가계부를 작성하는게 일상적인
시대가 오고 있다"며 "컴퓨터를 두려워 하거나 모른다고 부끄러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르면 애들한테도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자기생활에 맞게 쓰도록 해야 한다"

정보 명문대학을 이끄는 상아탑의 수장이 컴퓨터 초보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 글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