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 중개기관인 코스닥증권이 출범한지 석달이 지났지만 거품주가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없이 주가가 8-9배씩 뛰거나 반토막이 나는 일이 한둘이 아니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또 거래가 몰리는 인기종목도 상장예정 기업에 집중돼 순수 장외기업은
관심권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결과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도 안되는 기업이 19개나 되는 이상
저PER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심각한 주가거품 현상

=코스닥증권이 지난 3분기중 주가상승율 상위종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명전기공업이 952%나 오른 것을 비롯, 주가가 200%이상 오른 종목이
22개나 됐다.

세명전기의 경우 7월1일 8,400원에서 9월30일 8만8,400원으로 무려 9.5배나
올랐다.

그러나 주식거래량은 불과 300주,석달동안의 거래가 형성된 날도 4일에
지나지 않았다.

사고 파는 이도 없이 가격만 수직선으로 높아졌으니 거품현상이 심해도
너무 심한 편이다.

장외주식의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등록 주선 증권사가 의무적
으로 매수 매도주문을 내도록 해놓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이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주가가 885%나 오른 한국화이바도 석달동안 140주 밖에 거래되지 않았고,
심지어 텔슨전자전환신주와 동아일렉콤은 단 1주의 거래가 없이 477%와
304%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주가가 내릴 때도 마찬가지.

석달동안 주가가 30%이상 떨어진 종목이 20개나 됐고, 삼경기전의 경우
단 1주의 거래도 없이 44%나 내렸다.

<> 이상 저PER 현상

=3분기중 거래대금 상위종목에 오른 기업은 현대중공업, 디아이, 미래산업,
광전자, 한국주강 등으로 조사됐다.

발행주식수가 많은 현대중공업을 빼면 모두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다.

순수 장외기업은 주식분산도가 낮아 거래가 안되거나, 주가에 신뢰성이
없으니 투자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다.

상장 가능종목만 쫓는 이런 장외시장 분위기가 어느 시장과도 비교가
안되는 저PER주를 양산시키고 있다.

9월말을 기준 PER은 삼보산업이 0.5배에 불과한 것을 비롯, 태광벤드공업
0.8배, 협동금속 1.2배, 알미늄코리아테크닉이 1.3배에 지나지 않는 등
PER이 3.0배 이하인 종목이 무려 19개나 된다.

PER이 낮은 것은 기업내용이 알차거나 시장에서 소외될 때 나타난다.

장외 저PER주는 대부분 후자 쪽이다.

자본금이 적은 장외종목은 조금만 이익을 내도 주당순이익 1만원은
간단한데다 시장다운 시장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저PER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허정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