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미술의 새로운 창작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가상공간을 또다른 표현무대로 활용하려는 미술계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
가나미술문화연구소는 지난 7월 인터넷에 홈페이지(http://www.nextel.
net:80/~ganaart)를 개설하고 이같은 국내 미술계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 개설된 가상화랑 "가나 인터넷갤러리(Gig)"는 인터넷이
훌륭한 창작의 장이 될 수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가상화랑은 3개월을 주기로 특정 주제를 정해 5~10명의 작가들이
참가하는 기획전을 개최한다.
기존 대부분의 가상미술관이 실제 전시회를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놓는
형태인데 비해 이 기획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인터넷에서의 전시를 위해
제작된 것들이다.
"보이는 것으로서의 미술 혹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서의 미술"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신지철 서숙진 등 6명의 작가들이
참여, 인터넷을 이미지 전달의 매체및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들을
선보이고 있다.
배준성씨의 "화가의 옷"이라는 작품은 화면의 누드모델을 마우스로 클릭
함으로써 모네 르누아르 등 유명작가들이 그린 옷들을 입혀볼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작품의 제작과정을 이해함은 물론 자연스럽게
창작행위에 참여하게 된다.
서숙진씨는 현대의 사회현상을 인터넷의 개방적 특성을 이용해 표현했다.
미로를 따라 상자를 열면 고입연합고사 국민윤리 문제들이 차례로
출제된다.
생활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바른 자세에 대해 틀린 답을 선택하면 수갑을
찬 죄수의 손이 화면에 나타난다.
이밖에 모든 작품들이 실제 전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표현공간및 매체에 문화현상들을 접목, 하나의 이미지로 표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 홈페이지는 가나미술문화연구소에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미술전문지 "가나아트"의 색인과 주요기사를 제공한다.
서울 화랑들의 위치와 전시일정을 소개하는 화랑가이드와 프랑스 작업실
지원프로그램인 "라시떼"에 대한 정보 등도 담고 있다.
이번 홈페이지 제작을 기획한 김진송 연구위원은 "가상공간은 단순한
현실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표현공간이며 양식"이라며
"인터넷 기획전은 미술 혹은 이미지가 새로운 공간및 매체를 통해 발휘할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가늠하는 실험적 무대"라고 말했다.
< 글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