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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용' 벽을 깨자] (20) 제3부 '땅값 거품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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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병의 근원'' ]

    한국의 땅값은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 공장부지값은 외국보다 평균 10~20배 비싸다.

    부산 명지녹산공단의 땅 한평을 분양받으려면 28만6천원이 있어야 한다
    (통상산업부).

    이 돈이면 싱가포르 베독공단에선 95평을 살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국에 있는 수위실만 팔아도 외국에선 그돈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다.

    "오죽하면 남한땅을 모두 팔면 미국땅 3분의1을 살수 있다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 공장부지를 팔고 미국에 가 "편한
    마음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싶습니다"(H사 K전무).

    한국에선 제조업을 꾸려 가기가 편치 않다는 얘기다.

    높은 땅값은 만병의 근원이다.

    고지가는 정작 땅이 필요한 이들에게 "토지 접근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우리 기업들이 추가투자를 못하고 기계를 뜯어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현실은 그래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기도 한다.

    "최근 완공한 중국 청도공장(토지 2천평, 건평 5백평)은 1억5천만원이
    들었습니다. 이같은 규모의 공장을 수원공장본사 근처에 지을 경우 18억원의
    경비가 소요됩니다. 그러니 밖으로 안나갈 재간이 없지요"(대희전자
    이세용사장).

    중소기업의 창업비용중에서도 땅값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용지구입비는 평균 2억원으로 은행으로부터 빌린돈의 38%에 달한다.

    부동산에 묶인 돈은 생산력을 상실한 "죽은 돈"이다.

    그런데도 공장짓기 위해선 "땅매입값+알파"가 필요하다.

    이 알파로 인해 기업이 구입하는 땅은 실제 땅값보다 훨씬 높아지는게
    상례다.

    수원시 화성군의 S사는 공장부지 매입비에 2억원을 들였은데 여기에 각종
    부담금이 1억3천만원이나 붙었다.

    토지매입비나 부담금이 비슷하게 소요된 것이다.

    도로와 매입공장부지가 떨어져 있을 경우 도로 개설에 대한 비용부담까지
    추가된다.

    공용으로 사용되는 도로면서도 취득세 등록세는 물론 개발부담금도 물어야
    한다.

    그래서 공장짓고 나면 남는게 없다.

    생산활동을 통해 땀흘려 벌어서는 토지구입비로, 임대료로, 부담금으로
    대부분 다 바친다.

    고지가의 멍에를 등에 지고 있는 부동산종속경제에서 기업이 경쟁국업체와
    겨룬다는 것은 출발부터가 무리다.

    물론 한국의 땅값이 이렇게 높은 근본원인은 공급이 부족한데 있다.

    전 국토중 대지나 공장용지등으로 개발해 이용하고 있는 면적은 4.7%
    (건설교통부)에 불과하다.

    공급과 수요차가 너무도 큰 것이다.

    땅값만 높은가.

    토지에대한 규제도 "산넘어 산"이다.

    자기 땅이 있어도 공장을 짓지 못한다.

    아남산업은 반도체일관생산공장을 설립하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2년간의 각고 끝에 지난 7월 맺은 미국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와의
    기술제휴계약서도 휴지조각이 될 판이다.

    아남은 당초 땅문제가 공장건설의 걸림돌이 되리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이미 지난 84년에 부천에 매입했던 땅이 있었고 그 위에 조립및 테스트등
    일부 생산라인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지 총면적 2만7천평중 현재 라인이 들어선 면적 6천평을 제외한
    2만1천평이 공지.

    이곳에 최종라인을 만들려고 지금까지 연간 4억원의 지방세까지 내온 상태.

    그러나 이것이 불발로 끝났다.

    수도권정비계획법7조와 공업배치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20조1항의 규정
    때문이다.

    원래 이 조항은 신규 공장으로 인한 인구집중을 억제키 위한 것.

    결국 아남산업은 공장을 미국이나 싱가포르에 두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 한국내에 땅이 있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으면서 공장을 지을 수 없게
    됐다"(아남 K이사)는 하소연이 나올만 하다.

    한국에서 공장을 세우기란 이렇게 "하늘의 별따기"다.

    2중.3중으로 얽어놓은 규제망이 기업들의 발목만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

    높은 땅값에는 근검절약도 노사화합도 소용이 없다.

    고지가의 단단한 벽으로 둘러 쌓인 우리나라에선 경영자의 기업윤리도,
    근로자의 땀방울도 아무런 결실없이 "땅"속으로 묻혀 버린다.

    노.사.정이 입을 모아 아무리 경쟁력강화를 외쳐도 철옹성같은 "고지가
    구조" 앞에선 무참히 깨져버리는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한가지다.

    "쓸수 있는 토지면적을 늘리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길 밖에 없다.
    투기꾼들만 빠져 나가는 알맹이 없는 규제는 이제 고쳐져아 한다"(S그룹
    L부사장)

    < 정리=최필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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