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대남보복위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덕근 주블라디보스톡
영사의 피살과 캄보디아거주사업가 김상열씨 피습 등이 발생하자 북한의
의도와 사건관련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원 외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관계자들은 휴일인 3일에도
출근, 북한동향을 파악하는 등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

<>.외무부는 3일 오전 송영식제1차관보를 중심으로 관련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반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기주차관주재로 실국장회의를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외무부는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등과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북한이 이번 사건들에 개입됐는지여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후속
대책도 협의했다.

외무부는 재외공관 및 교민, 해외여행국민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가능성에
대비, 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재외공관에 긴급지시하는 한편 북한과
대치중인 중국 인도 페루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리비아 등 50여개 주요
공관에 대해서는 북한측 동향파악과 안전대책수립 및 시행을 지시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잇따른 피습사건에 북한이 개입돼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북한이 보복위협을 계속하고 있는만큼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사 피살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정부의 1차수사결과가 4일중 우리
정부에 통보될 것이라고 외무부 송영식제1차관보가 밝혔다.

송차관보는 이날 "이정빈주러시아대사가 2일 호스발류크 러시아외무차관을
면담했다"며 "이 면담에서 러시아측이 이같은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송차관보는 "우리측 전문가 2명이 최영사의 부검 분석에 공동참여하기로
러시아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스발류크차관이 이대사를 만난자리에서 "수사진전 상황을
지체없이 한국정부에 통보할 것이며 이번 사건으로 한.러 선린관계에 하등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송차관보는 김상열씨 피격사건과 관련, "김씨는 현재 의식이 회복돼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서 "캄보디아 경찰당국이 여러가지 각도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사건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는 현재 프놈펜에서 카지노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지노
운영 문제로 한국인 동업자와 불화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4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수성국무총리주재로 관계장관조찬
간담회를 개최, 북한의 보복위협과 최영사피살 등 현안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 간담회에서는 특히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비, 군의 경계근무태세
주요시설물에 대한 경비 및 안전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점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담회에는 권오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비롯 공노명외무 김우석내무
안우만법무 이양호국방 박재윤통상산업 신상우해양수산 추경석건설교통
강봉균정보통신 조해녕총무처 오인환공보처 장관 등 11개부처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이 판문점 군사정전위회의에서 "가까운 시일내 보복"을
공언한데 대해 한미공조체제를 통해 북한의 저의를 분석하고 북한의 도발
및 테러자행가능성에 대한 방지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미국측과의 접촉을 통해 대북첩보수집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최근 북한의 대남태도가 과거의 상투적 대남위협과 궤를 달리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해외거점을 가동,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단체에 중앙통신성명을
보내고 <>유엔에서조차 보복을 공언하며 <>군정위비서장접촉에서 보복의사를
"서면으로" 공식화하고 <>미국의 불개입을 요구한 것은 과거에 거의 없던
"이상징후"라는 것이다.

이중 지난 2일 북한의 군정위 서면협박은 단순 엄포용일수도 있지만 도발이
구체화될 경우에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될 수 있는 성격이라는 지적
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직접도발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3국에서 우리
공관원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국자들은 아직 물증이 없긴 하나 최영사의 피살사건에도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한우덕.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