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과소비풍조가 만연하면서 기업부족자금을 메워주는 개인부문의
기여도가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직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들의 경우 은행대출을 받아 고수익금융상품에 운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4분기 자금순환동향"에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중 기업부문의 자금부족규모는 17조3천억원
에 달한 반면 개인부문의 자금잉여규모는 6조7천억원에 그쳐 개인부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은 38.8%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85년 2.4분기(마이너스 2.5%)이후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개인부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은 작년 4.4분기에 1백95.7%까지 올랐으나
지난 1.4분기에 39.6%로 하락한데 이어 2.4분기에도 38.8%로 낮아져 개인의
기업에 대한 기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팽동준 한은조사제2부장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데도 이처럼 개인부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이 낮아진 것은
개인들이 소득을 저축보다는 소비부문에 지출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부족자금보전율 하락=개인부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이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기업들의 부족자금규모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개인들의 잉여자금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4분기중 기업자금부족규모는 17조3천억원으로 작년 2.4분기(15조7천
억원)보다 10.0% 증가하는데 그쳐 작년동기 증가율 44.2%보다 크게 둔화됐다.

경상GNP(국민총생산)에서 기업자금부족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기업자금
부족률도 작년 2.4분기 19.0%에서 지난 2.4분기엔 18.9%로 낮아졌다.

그러나 개인들의 자금잉여규모는 6조7천억원으로 작년동기(7조3천억원)보다
오히려 8.2%나 감소했다.

개인자금잉여규모가 감소하기는 지난 94년3.4분기(2.0% 감소)이후 2년여만
에 처음이다.

물론 경기부진영향으로 개인의 소득증가세가 둔화된 탓도 있지만 소비지출
이 꾸준히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지나친 과소비풍조로 개인부문의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게 2.4분기 자금순환동향의 특징이다.

<>기업의 직접금융비중 상승=기업들이 지난 2.4분기중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28조7천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6.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주로 설비투자자금수요가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이중 간접금융(은행대출)을 통한 자금조달규모는 10조6천억원으로 전년동기
(8조2천억원)보다 축소됐다.

반면 직접금융규모는 11조6천억원에서 13조6천억원으로 늘었다.

이에따라 직접금융비중은 전년동기 43.3%에서 47.5%로 높아진데 비해
간접금융비중은 39.7%에서 28.7%로 낮아졌다.

한은은 기업들이 운전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어음과 회사채발행을
늘림에 따라 이처럼 직접금융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금융상품운용 증가=개인들의 자금조달규모는 11조9천억원으로
작년동기(8조2천억원)보다 무려 45.0%나 늘었다.

특히 은행들이 소매금융을 강화함에 따라 은행차입금은 1조3천억원에서
4조3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또 할부금융이용규모도 1조3천억원에 달했다.

개인들은 여기에 소득을 합한 18조6천억원을 운용했다.

이중 금융상품에 대한 자금운용규모는 보험및 연금 가계금전신탁 서민금융
기관의 정기예탁금 등의 증가세에 힘입어 18조2천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보다
5조3천억원(41.5%)이나 확대됐다.

경기부진으로 저축여력이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다 높은 금융상품에 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주식시장 침체로 주식투자를 꺼려 주식보유증가액은 3천억원에
불과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