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하면 대개 주택이나 건물의 방향 위치 구조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풍수를 얘기하면서 무심코 넘겨버리기 쉬운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색깔이다.

풍수에서 녹색은 계절로는 봄이요, 방위로는 동쪽을 의미한다.

녹색을 생기로 보기 때문이다.

적색은 여름과 남쪽을 나타낸다.

그래서 정열이며 도발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색은 가을이며 서쪽이고 검정색은 겨울이며 북쪽이다.

또한 검정색은 권위의 상징이며 새로운 시작의 준비를 의미한다.

이렇듯 풍수에서는 방위와 계절에 각각의 색깔을 정했던 것이다.

건물이나 주택도 색깔에 따라서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또한 색이 지닌 강렬한 에너지는 인간에게 다양한 영향을 준다.

이전의 아파트단지는 거의 회색이어서 시멘트 숲을 연상케했다.

하지만 요즘 짓는 아파트나 건물들은 독특한 색채를 자랑하며 보는 이가
절로 살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한다.

서울의 한 대형빌딩의 경우 주인이 수시로 바뀌곤 했었다.

세인들은 그 건물의 터가 세기 때문에 주인이 자주 바뀐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 건물은 수십층의 우람하고 육중한 빌딩의 외부가 창문부터
벽면까지 온통 검정색으로 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검정색은 특유의 위압감으로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니, 그 건물에 입주한 직원들의 능률이 오를리 없었다.

또한 검정색 특유의 "권유"로 인해 빌딩이 주인이 되고 사용자인 인간이
손님인 형국이었다.

이 빌딩의 주인이 자주 바뀐 이유가 전적으로 색깔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온통 검은색으로 꾸민 것이 좋은 영향을 미쳤을리는 없다.

건물이나 주택은 그저 일 할 수 있고 쉴 수 있으면 되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던게 이제까지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건축을 할 경우 건물의 외부나 내부의 색깔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택이라면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편안하고 안정된 색으로 꾸미는게 바람직하다.

편안색이란 일반적으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 색"을 뜻하며 아이보리 초록
갈색 등이 이종류에 속한다.

최근 나무나 흙 등 자연소재가 건축의 내외장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이렇듯 색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색채의 보이지 않는 기를 건축에 잘 활용해야 함은 말할나위가 없다.

이제 우리는 회색 검정색위주의 색에서 탈피하여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이냐 또는 어떠한 성격의 사람이 거주하는 것인가에 맞춰 건물의 외부와
내부의 색깔을 조화롭게 정해야 할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