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현대무용단(대표 이숙재)의 한글날 기념무용극 "550-한글누리"가
오는 9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펼쳐진다.

한글의 과학성과 창제의의를 조명한 이 무용극(총7장)은 외래문자의
범람으로 언어의 혼란기를 겪는 현재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조선초기를 오가는 이중적 구조로 이뤄진다.

세계 각국의 문자가 뒤엉킨 거리에서 천상의 소리에 이끌린 현직교수
이숙재는 역사여행을 떠나 세종대왕을 만난다.

한문의 폐단과 백성의 고통을 알게된 대왕은 집현전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배우고 쓰기 편한 홀소리와 닿소리를 만든다.

한때 사대모화사상에 젖은 반대파의 저항에 부딪치지만 마침내 완벽한
소리글자를 완성, 백성과의 약속을 지킨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의 과학적 신비가 밝혀지고 역사여행에서 돌아오는
이숙재의 눈앞에 젊은이들의 한글놀이춤이 흥겹게 펼쳐진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독창적인 한글창제과정을 형상화한 소리춤.

닿소리와 홀소리의 기하학적 동선에 한국적 곡선미를 가미한 이 춤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글꼴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장엄하게 재현한다.

극작가 윤조병씨가 대본을 쓰고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정보학회 등이 자문과 고증을 맡았다.

현대무용가 이숙재씨(51.한양대교수)가 이끄는 밀물현대무용단은 그간
"홀소리 닿소리"(91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가상)
"신용비어천가"(93년 제15회 서울무용제 대상및 안무상) "한글기행"(95년)
등을 발표, 한글의 무용화에 앞장서 왔다.

안무자 이대표는 "한글반포 550돌을 맞는 올해는 한글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뜻깊은 해"라며 "춤동작 하나하나에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생명력을 담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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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