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출판인들의 한마당축제인 "96프랑크푸르트북페어"는 양적팽창에만
주력해온 국내출판계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고 있다.

7일 폐막을 앞두고 북페어조직위원회가 최종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도서전에는 총 110개국 6,819개 개별출판사 (국가별 전시부스를 통해
참여한 2,417개사는 별도)가 독립부스를 마련, 활발한 저작권교섭을
벌였다.

총 31만여종의 전시도서를 통해 각국은 자국의 도서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려는 치열한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출판계는 조직위원회로부터 공식 참가요청을
받은 문학동네와 몇 출판사의 책을 공동전시한 대한출판문화협회, 그리고
아동물중심의 금성출판사와 웅진출판만이 별도의 전시공간을 준비했다.

일본과 중국의 대단위 참가부스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초라한 규모다.

일본의 경우 강담사 문 춘추를 비롯 총 64개사가 개별 혹은 연합부스를
마련, 일본의 출판이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특히 강담사는 언어 아동 예술 인문사회 자연과학등 부문별로 전시부스를
설치, 세계적인 출판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44개사가 참가한 중국도 신세계출판사 CIPG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폭넓게 소개, 적지않은 관심을 모았다.

단순히 수적으로 비교해도 국내출판계의 참가규모는 12개사가 참가한
말레이시아는 물론 10개사의 멕시코에도 못미치며 필리핀 (6개) 태국 (7개)
인도네시아 (5개) 사우디아라비아 (4개)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시공간의 충실도 등을 고려하면 문제의 정도는 한층 심각하다.

박기봉 한국출판협동조합이사장은 "한국출판계의 국제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며 "세계10대 출판대국이라는 허망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정부와
출판인 모두가 국내 출판진흥은 물론 출판의 세계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태형 문학동네대표는 "주최측의 공식참가요청을 받고 도서전에
참가해보니 국내출판계의 초라한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외국책
출판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있는 국내출판물을 개발해 세계화하는
데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랑크푸르트북페어 조직위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전자책
부문에 신경을 쓴 것과 별도로 책을 통한 동서간및 남북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과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남미지역의 독특한 지적능력을 세계출판시장의 전면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계출판계가 한눈으로는 멀티미디어,다른 한눈으로는 새로운
지적능력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국내출판계는 지금까지의 번역물 확대
재생산 작업에서 벗어나 우리의 지적능력을 새롭게 창출하는 작업에
가일층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프랑크푸르트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