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유럽시장 특파원 리포트]

유럽 : 김영규 특파원

3년전부터 프랑스 통송사는 "브란트"란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사도 비슷한 시기에 "슈나이더"란 상표를 내놓았다.

이들 회사가 시판하는 이른바 제2브랜드의 가격대는 삼성 골드스타
대우제품과 비슷한 수준. 중.상급시장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한국
가전업체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일본의 2군 가전업체인 미쓰비시 산요 샤프등도 불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컬러TV VTR등의 유럽 시판가를 한국제품 수준으로 인하했다.

그 결과 지난93년 가전 시판가를 100으로 할때 컬러TV 보급형모델은
현재 76, 2헤드VTR는 71 수준까지 급락했다.

동남아의 저가공세에 밀려 중.상급시장에 뛰어든 우리 가전업체들은
유럽및 일본업체들의 협공을 받아 유럽 가전시장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내 우리 경공업제품의 입지는 보다 어렵다.

금년 상반기중 신발수출은 전년동기비 38.3% 완구수출은 31.7% 섬유제품은
12.0% 격감했다.

이 분야의 새로운 강자인 중국및 동남아산에 밀려난 결과이다.

국내의 임금수준등을 감안할때 가격경쟁력 회복은 이미 물건너간 얘기인
셈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수출증가세의 둔화로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의 대EU 수출증가율은 53.6%, 금년 상반기중 증가율은
11.6%에 불과하다.

무공의 이인석프랑크푸르트관장은 이런 현상의 주요 이유로 수출주도
품목의 편중 현상을 꼽고 있다.

대유럽 수출에서 자동차 전자 2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훨씬 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게 이관장의 지적이다.

이 경우 한 품목이 구조적 불황 또는 수입규제에 묶여 버리면 대유럽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활약이 대만이나 홍콩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독일에서 열린 주방용품및 선물용품 국제전시회에 참여한
국내 중소기업은 19개사.

이에반해 중국은 33개사 대만 52개사 홍콩 100개사 일본은 119개사가
참여, 치열한 판촉전을 펼쳤다.

프랑크푸르트에서 11년간 장신구를 수입 판매해온 이광섭사장은
"머리띠등은 한국산 원단이 뛰어나 동남아산보다 20%이상 비싼값에
팔수 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의 약화보다는 소량주문을 회피하는 소극적
상관행이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들의 유럽 현지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증가세의 일시적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등 우리 가전업체 유럽 판매법인들은
"국내 직수출물량은 줄었겠죠.

그러나 유럽의 경기침체에도 불구, 브랜드 판매량은 늘고 있습니다"라고
이구동성 대답한다.

컬러TV의 경우 유럽 직수출 물량은 현재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LG전자와
삼성전자 컬러TV는 현지 생산지인 영국산, 대우전자 제품은 프랑스산으로
팔리고 있다고 전한다.

LG전자의 황경석프랑스 판매법인장은 "3사 가전제품의 브랜드 판매량은
3년전에 비해 50~100%늘었다"고 전한다.

루카스와 액티브 상표로 유럽의 가방및 신발시장을 뚫고 있는 코오롱의
윤은호프랑크푸르트법인장은 "고급 신발로 인정되는 나이키는 거의
중국에서 생산된다.

생산기업의 국적은 점차 그 의미를 잃는 세계화시대에 들어섰다"라고
브랜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고 현지생산의 확대가 유럽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축으로 연결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보는 이들은 없다.

현지생산과 차별화되는 보다 고급제품이 국내에서 개발돼야 한다는게
현지 무역관계자들의 공통된 바람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