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유럽시장 특파원 리포트]

도쿄 : 이봉구 특파원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김종수LG전자저팬사장)

"섬유 완구 신발등 한국의 경공업제품은 거의 전멸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신함 대우저팬이사)

다카시마야 이세탄 미쓰코시등 일본의 백화점에서 한국상품은 이제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힘든 형편이 됐다.

쓸만한 상품이다 싶으면 일본것이요 좀싸다 싶어 살펴보면 어김없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등 후발개도국들의 상품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상품을 찾지 않게된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상사들
조차도 한국산 섬유류등의 취급은 아예 포기해 버린 곳이 많다.

저가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후발개도국들에 밀리고 고급제품은
품질면에서 일본기업들에 도저히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우저팬의 경우 연가 3,000만달러가량의 섬유제품을 취급하지만
이들은 방글라데시 미얀마등에서 들여와 일본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대부분이다.

완구제품의 경우는 중국에서 사오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말하자면 경공업제품의 유통은 소위 제3국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전제품의 경우도 일본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백화점은 물론 대표적 전자제품전문상가인 아키하바라에서조차
"메이드 인 코리아"는 만나기가 어렵다.

이점포 저점포를 들쑤시며 돌아다니다 보면 숨겨논듯 뒤편에 가려져
있는 한국상품을 드물게 만날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들어 진행된 엔저현상은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대일수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물량으로는 수출이 조금씩이라도 늘고 있지만 엔저가 물량증가분의
효과를 고스란히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격파괴 현상까지 가세해 한국기업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14인치 컬러TV의 경우 한국전자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가격은
1만1,500~1만2,000엔선에 불과해 한국내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밑돈다.

일본업체들이 동남아현지생산품을 1만3,000엔선에 판매하고 있는데에
대한 고육책이다.

이에따라 지난 7월말까지 한국의 대일수출은 94억9,400만달러로
전년수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섬유 생활용품등의 경공업제품은 물론 철강 가전제품등이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대일수출의 최대품목이었던 반도체도 최근의 세계적 가격급락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급격히 줄고 있다.

가격하락의 영향이 적었던 연초수출분에 힘입어 7월말현재까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간으로는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형상사들 조차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해 현대 선경
효성물산등은 상반기실적이 지난해수준을 15~30%나 밑돌았다.

한국상품의 일본시장점유율역시 상반기 중 4.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5.1%를 기록했던 지난해 실적에 비해 0.4%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은 지난해 4.3%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이 기간중
4.6%로 끌어올렸다.

4위를 지켰던 일본시장점유율 랭킹도 올해를 계기로 대만에 밀리면서
5위로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을 시장으로 보다는 기술도입선으로 생각하는 한국기업이 많다"
(LG전자저팬김사장)는 분석이 시사하는 것 처럼 상품을 팔겠다는 의지가
박약해서는 시장이 뚫릴리 없다.

"자동차 전자 기계분야의 부품시장을 적극 뚫어야 한다"(대우저팬신사장)

"장기적 안목으로 소량거래도 충실히 발굴해야 한다"
(이호윤무역협회지부장)는 지적들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