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7일 음반.비디오 사전심의제가 철폐되자 젊은 대중음악인들은
자유의 쟁취를 한껏 자축했다.

4,000여명의 관객이 몰린 가운데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축하공연의
주제 역시 "자유"였다.

젊은 가수들은 70년대의 금지곡은 물론 공연윤리위원회의 "발표불가"
판정을 받았던 곡들을 목청 높여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 이 자유를 지켜가기 위한 대중음악인의 책임을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나라나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온 것은
"정치"와 "윤리"였다.

정치권력이 인간의 표현을 통제하기 위한 합법적 방법은 "검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 한국의 정권은 "검열"을 통해 예술가들의 정치현실이나
부조리에 대한 발언을 막아버리고 비판정신을 무디어지게 했으며 창조적
상상력을 억압하는 것을 능사로 삼았다.

근래에 와서는 정부의 예술진흥정책이란 것도 또 하나의 검열장치로
전환돼 문화적 획일주의를 초래한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퇴폐적 저질문화, 천박한 상업주의 문화만이 양산되고 있는 문화
예술계의 현실도 실은 예술가들의 창조적 상상력이 검열이란 울타리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은 탓이라는 반성도 일고 있다.

건강한 문화는 예술가의 건강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만 된다는 것이다.

공륜의 영화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동안 공륜에서 "심의"라는 용어를 써왔으나 그것을 "검열"로 판정한
대목이 주목된다.

연극, 음반.비디오의 사전심의제 철폐에 이어 영화의 사전심의제도
철폐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모든 공연물 영상물의 사전심의가 없어지고
공륜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그렇다고 어떤 소재나 표현도 용납된다는 무제한의 자유는 물론 아니고
법률에 어긋나면 사후제재를 받게 되겠지만 영화표현의 자유가 크게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순수 민간기구에 의한 등급심의 등 자율적 사전심의가
강화될 것 같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비평문화의 활성화도 필수적이다.

영화의 사전심의가 철폐됐다 해서 폭력 음란물만이 양산된다면 그런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이제부터 법률의 몫이다.

아무리 예술작품이라 해도 일단 사회로 나오면 당대의 사회윤리나
공중도덕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영화인들이 깊이 새겨 두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