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폐막된 제23회 프랑스 국제현대미술 견본시 (FIAC)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기대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가나 국제 선 현대 등 국내 15개 화랑을 비롯 15개국 140여개화랑이
참가한 가운데 2~7일 파리에펠탑옆 브랑리광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사상최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한국 미술과 작가를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는데 성공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특별행사국가로 선정됐던 우리나라는 개막
당일부터 현지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국내화랑 부스에는 첫날부터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작품구입 문의가 잇따라 판매실적 또한 좋은 기록을 올렸다.

서세옥씨의 50호짜리작품 2점이 각 4만달러에 판매됐는가 하면
고영훈씨의 40호짜리 회화가 3만달러에 거래됐다.

또 이강소씨의 150호짜리 대작이 3만4,000달러.

서정태씨의 100호짜리 한국화가 2만달러에 거래되는 등 예상밖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밖에 소품 및 판화 등도 활발하게 판매됐으며 대작의 경우 국내시세와
맞먹는 가격에 팔려나가 한국작가의 역량을 널리 과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수천 육근병 김원숙 조덕현씨 등 국제무대에 이미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도 호평을 받았지만 서세옥 하종현 함섭 이강소
서정태씨 등 전통적인 재료와 동양정신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권상릉 화랑협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작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내년 미술시장
개방을 앞두고 높게만 느껴지던 세계화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감을 가질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측 커미셔너인 김영호씨 (중앙대 교수)는 "올 FIAC이 내년
미술시장개방을 앞두고 우리시장 진출을 위한 프랑스측의 사전포석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외국의 유력화상 및 평론가, 커미셔너들에게
한국미술을 폭넓게 알리는 계기가 돼 득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FIAC는 지난해 조직위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내
9개 화랑이 탈퇴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제를 제기한 신진화랑들을 일찌감치 끌여들여 19개
조직위 멤버를 24개로 확대개편하는등 변모된 모습을 보여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토니 사프라지, 독일의 토머스 등 세계적인 화랑을
비롯 전세계의 신진화랑과 젊은작가들이 골고루 참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선보였다.

아울러 거래상황 또한 예년에 비해 호조를 보였고 앤디 워홀 작품의
경우 200만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 파리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