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6일 현대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이
출입기자들에게 저녁을 사겠다며 종로 한일관으로 와달라는 통보를 해왔다.

대기업그룹 총수가 출입기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자는 것도 드문
경우이지만 있다해도 대부분 호텔 양식당이나 고급 한정식집을 장소로
정하는 것이 상례.

그러나 정회장은 이날 한일관에서 불고기에 소주잔을 기울여가며 기자들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진솔한 얘기가 오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회장의 이런 성격은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가 회장 취임과 함께 주창해온 경영에 관한 모토중 하나가 "깨끗한
경영".

경영실태를 외부에 모두 드러내놓겠다는 것이다.

그의 모토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첫번째가 사외이사제도.

재계 처음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진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는 제도다.

두번째는 IR강화.

경영실태를 주주들에게 일일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회장의 성격이 보스기질에 솔직담백하지만 주요 임원들의 표현대로
"궁리"도 많다.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컨테이너전문업체를 설립해 현재
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현대정공을 키웠다.

제철사업도 마찬가지 개념의 포석이다.

그런 정회장의 "궁리"는 또다른 경영모토인 "가치경영"을 탄생시키고
있다.

21세기를 겨냥한 이 아이디어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아니라
정회장의 경영관을 집약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