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을 밖에서 보면 "투박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건설회사가 그룹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고 지금도 그룹의 주요업종이
중후장대사업이어서 그럴게다.

어쨌든 틀리는 평가는 아니다.

그다지 꾸미는 것이 없다.

생긴 그대로 남에게 보이는 것이 현대이고 그게 장점이다.

현대는 과장할 줄 모른다.

다른 기업들이 해외사업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할때 의향서만 교환해도
보도자료를 내느라 부산을 떨지만 현대는 공장을 다짓고 가동에 들어가야
언론에 공개한다.

아무리 큰 사업이라도 그렇다.

주변의 평가에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그러나 이런 "투박한 스타일"은 현대그룹의 일부분일 뿐이다.

적어도 요즘은 그렇다.

현대그룹은 최근 그룹차원의 IR활동에 들어갔다.

경영활동을 외부에 공개해 자신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다른 그룹같으면 별 일이 아니겠지만 현대그룹으로선 큰 변화다.

제철사업의 신규진출 모색과정이 삼성 스타일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연해진 모습도 요즘들어 두드러진다.

경영도 상의하달식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기업들이 톱의 결정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만 현대는 내부적인
철저한 분석을 거친뒤 그 제도를 들여온다.

현대자동차의 팀제가 그런 경우다.

선진경영기법과 미래사업에 쏟는 열정은 어느 기업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대그룹의 50년을 이끌어온건 "개척정신"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건립하기도 전에 배를 수주한 일이나
건설업계 첫 해외진출, 첫 고유모델 승용차개발은 지금의 한국경제가 있게된
초석이나 다름없다.

끊이지않는 "프런티어정신"이 바로 현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