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준 때때옷을 입고 추석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이 기다려지는 날이있다.

짝수달 3일이다.

이날은 충남 서천군 화양면 화양초등학교 제30회 친구들이 만나는
날이다.

30회 이기에 30일로 정하면 좋은데 월말은 각자가 바빠서 피하고 3자를
살려 3일날 18시로 정하고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네거리 신사정
한식당에서 모임을 갖는다.

사장이 우리동기이기 때문이다.

어떤때는 좀늦게 가는 때가 있다.

미안한 마음으로 들어가면 먼저 본친구가 "얘들아 저기 상길이 온다"
"어서와"하며 일제히 박수를치며 반갑게 반겨준다.

물론 사회의 다른 모임도 있지만 우리 친구들처럼 속 마음으로부터
반겨줄때 가슴이 찡하며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겁기만하다.

야임마 (이정희 초등학교교사) 영구야 (이영구 한일은행차장) 일찍
왔구나.

희자 (정희자 신사정주인)야 철회 (송철회 샘터사 차장) 준태 (김준태
부동산중개업) 너 보고 싶었다.

지웅아 (김지웅 문화일보 부국장) 너바쁠텐데 왔구나.

인사를 나누며 요리상에 둘러앉아 어떻게 지냈어 집안은 다 평안하지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웃음꽃을 피우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담을
나눈다.

여기에는 상관도 부하도 없다.

부자도 빈자도 유식한자도 무식한자도 없고 격식과 예절도 체면도
없다.

때로 잘못과 실수가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오히려 격려하고 위로하며
감싸준다.

지난 40여년간 환경과 생활 직장이 다르게 살아왔다.

교장 교감선생님이있고 공무원 농민 언론인 은행원 노동자 사업가
개인사업가 각각이다.

신앙도 다르다.

기독교 장로 권사 집사 불교인도있다.

이렇게 제각기 다르게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서로쉽게 마음문이 열리고
정이들고 꾸밈이 없이 평화스럽기만하다.

이것이 진정한 친구며 지상의 천국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2차로 노래방에가 제각기 노래솜씨를 자랑한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박수를 치며 목이쉬도록
노래를 부르다보면 밤이 늦기도 하다.

더욱 자랑스런것은 고향의 우리동기모임도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휴가때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여 우리를 초청한다.

금년 여름에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함께모여
수영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서울에서도 시골친구들을 초청하여
강원도 설악산으로 공주 동학사로 전방땅굴구경도 하고 매년함께 모여
여행을 하며 우애를 돈독히 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친구가 "야 상길아 쟤는 누구냐"하고 뭇는다.

"누구말이야" "저기 머리가 하얀친구 말이야. 잘 생각이 나질 않아"
"저분이 바로 노승완 선생님이시다"

나는 또 선생님에게 "선생님 저친구가 선생님보고 쟤가 누구냐고
묻네요"

"하하"

너털 웃음을 웃으시면서 "내가 그렇게 젊어 보이나"하시며 즐거워
하셨던 일도 있다.

아무튼 어렸을때 꾸밈이없이 같이 공부하며 소꿉장난하며 철없이
순수하게 지냈던 죽마고우들이기에 소중하며 귀한 친구란 것이 새삼진하게
느껴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9일자).